[뉴스토마토 이자영기자] 이라크 바지안 광구에서의 원유 시추 소동이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한국석유공사는 12일 바지안 광구에 대해 탐사 시추한 결과, 하루 생산량 기준 최대 970배럴의 원유와 300만 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중의 기대량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10일 일부 언론이 '석유공사가 20억배럴 규모의 이라크 광구의 원유 시추에 성공했다'라고 보도하면서 유아이에너지 등 관련주의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다.
예상치 못한 보도에 당황한 석유공사가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엔 이르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하자 주가는 주춤했다가 12일 급락했다. 대표적 관련주인
유아이에너지(050050)는 가격제한폭인 1070원까지 밀리며 607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회장은 이와 관련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단정지을 필요도 없다"며 "원유의 부존여부를 확인하는 시추탐사 작업중 최고품질인 경질유가 나온 것은 오히려 희소식"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탐사결과는 호재도 악재도 아닌 수준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문제다.
박순기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총괄과장은 "뭐라고 평가할 수 없는 양"이라며 "사실상 2차 시추에서 성공과 실패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 1차 탐사로 '성공' 판단은 일러
'원유 시추 성공'이라는 말은 시추 과정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다.
지경부 관계자는 "일반인들은 '시추 성공'이라는 말을 들으면 당장이라도 원유가 쏟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광구에서 원유가 나왔다 하더라도 경제성을 갖는 확률은 5%미만으로 극히 낮다"고 말했다.
흔히 원유 시추 과정은 탐사, 시추, 개발로 이뤄진다.
탐사 과정에서는 탄성파를 통해 원유가 매장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탐색한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지역의 실제 원유의 매장 여부는 시추과정을 통해 확인된다. 굴삭기로 땅을 뚫어 지질성분을 뽑아내 정밀 분석을 거친다. 대부분의 경우 원유는 소량이라도 발견된다.
박순기 과장은 "어떤 지역이든 원유는 묻혀있다고 보는게 맞다"며 "그 원유의 매장량, 즉 경제성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탐사정을 통해 원유가 발견되면 평가정이 채굴가능한 매장량을 확인한다.
적정 매장량이 확인되면 이후 생산능력산출시험(DST)을 통해 종합적인 경제성을 평가한다.
문제는 이번 바지안 광구에서의 시추는 아직 탐사정을 통해 원유의 매장 여부를 확인한 데 불과하다는 점이다.
정확한 매장량을 알기 위해서는 평가정을 통한 탐사와 생산능력산출시험이 필요하다.
석유공사는 "내년 이후에나 평가정을 들여보낼 것"이라며 "경제성 여부는 그 이후에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라크 바지안 광구에서의 원유 시추 성공을 판단하는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되는 셈이다.
◇ 함부로 쓰이는 '성공' 단어 주의해야
그러나 '원유 시추 성공'이라는 말은 원유 개발의 여러 과정에서 혼재돼 쓰이고 있다.
이번 바지안 광구에서 석유공사의 탐사정이 원유를 발견한 경우는 시추 과정의 초보적인 단계로 '성공'이라는 말을 쓰기엔 무리가 있다.
평가정으로 매장량을 확인한 이후 생산능력산출시험을 통해 최종결과를 확인한 후에나 '성공'이라고 부르는게 옳다는 지적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원유 시추 성공이라는 말이 함부로 쓰이고 있다"며 "이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