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국내 자동차업계의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승용차를 대표하던 세단의 시대가 저물고 대신 세단의 승차감을 흡수한 SUV와 승합차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기아의 '카니발' 사진/기아
6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 신규 등록된 세단은 3만6993대로 전년 동월 대비 16.3% 감소했다. 반면 SUV는 같은 기간 7.9% 증가한 5만4740대를 기록했다.
모델별로 보면 지난달 기준 스포티지가 국내 승용차 시장 신차 등록 1위를 차지했다. 스포티지는 전년 대비 313.6% 증가한 5666대가 팔려나갔다. 이어 기아 카니발이 66.8% 늘어난 5665대로 2위에 올랐다. 쏘렌토(4005대), 투싼(3837대), 팰리세이드(3774대) 등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도 각각 3081대, 1342대로 SUV 점유율 상승에 힘을 보탰다.
SUV 쏠림 현상은 소비자 재구매율에서도 감지된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기존 세단 차주의 세단 재구매 비율은 2011년 45%에서 지난해 23%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규 세단 구입 비율도 15%에서 6%로 감소했다. 반면 세단에서 SUV로 차량을 바꾼 비율은 2011년 9%에서 지난해 16%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SUV 재구매 비율도 4%에서 12%로 3배 늘었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 한층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올해 8월까지 누적 판매는 승용 모델 35만841대(40.6%), RV 모델 35만8504대(41.5%)로 역전됐다. 연간 누적 판매 기준 승용 모델이 RV 보다 적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2000년 양사 합병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가 최초의 경형 SUV '캐스퍼'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베뉴, 코나,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캐스퍼 등의 차종을 RV로 분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승합차가 과거와 달리 단점으로 꼽히던 소음 및 진동 문제가 해결되면서 세단의 장점인 승차감, 정숙성까지 겸비한데다 차량의 쓰임새 측면에서도 이동 수단을 넘어 휴식 공간 등으로 다변화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또 높은 시야로 인한 안전성 확보, 넓은 공간 등의 장점은 여전히 반영돼 소비자들의 구매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 SUV는 오프로드의 대명사로 불리면서 옵션도 세단보다 떨어지고 진동도 심했다"며 "최근에는 도심형 SUV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고급 옵션, 승차감 등의 세단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대세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가 경차를 SUV로 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일반적인 경차로 출시하기 보다는 인기를 끌고 있는 SUV로 출시하는 것이 소비자가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