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청년이 꿈꿀 수 있을까

입력 : 2021-10-01 오전 6:00:00
어쩌다 청년들이 많이 찾는다는 술집을 갔다. 아직 백신을 안 맞은 듯한 청년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두 명씩 테이블에 앉았다. 동서고금까지 찾지 않아도 청년들은 이성을 향해 눈빛을 보내기 바빴다. 금세 술집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지만 합석을 하는 순간 방역수칙을 위반한다. 청년들은 마치 테이블에 묶인 사람들처럼 각자의 테이블에서 비접촉 구애활동을 해야만 했다. 심지어 밤 10시가 되자 술집도 끝났고, 2차로 커피숍·치킨집에도 갈 수 없는 이들은 호감이 있던 상대에게 짧은 몇 마디를 건네고 길거리에서 헤어져야만 했다.
 
처음엔 호기심이 일었다. 요즘 청년들은 어떻게 만나는지, 어떻게 표현하는지, ‘라떼’와는 뭐가 다른지 말이다. 그러다 밤 10시라는 데드라인에 걸린, 충분히 교감을 나누지도 못한 채 한창 피어오르는 감정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보니 안타까움까지 느껴졌다.
 
재난은 불공평하다. 이 시국 동안 중장년들은 그래도 삶의 많은 부분을 지킨 채 위기를 견디고 있다. 이미 일정 자산을 갖고 있고, 직장도 큰 변동없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재택근무가 늘어났다고, 동창회를 하지 못한다고 겪는 고통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청년들은 보다 큰 파도에 휩싸여 있다. 관광·여행·보건·공연·문화 등 코로나에 흔들린 업종들은 하필 청년들이 많이 종사하거나 선호하던 업종이다. 배우면서 자신을 성장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꿈을 도전할 시기에 2년여를 가로막힌 채 코로나19라는 새로운 허들을 마주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겨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누구도 알려주지 못한다.
 
몇 년 전부터 ‘세대갈등’이란 단어가 유행인 것을 상기해보면 이미 청년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사상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었다. 취업난은 코로나 이전부터 심했다. 집값이 올라 ‘지옥고’에다 이제 '탈서울'이 추세다. 서울 출산율은 통계 발표마다 거의 최저치를 경신한다. 비혼을 얘기하기도 전에 당장 연애하는 청년들의 비율이 줄었다.
 
TV에서조차 10년 전, 아니 20년 전부터 유명했던 사람들만 나오고 청년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인기 드라마를 꼽아봐도 군대, 불륜, 부유층 자녀 진학, 사극, 아니면 판타지 속에 청년들은 작은 부품으로밖에 쓰이지 않는다. 음악도 90년대, 00년대 노래를 리메이크한 음악들이 상위권에 자리잡았다.
 
특히, 20대를 위한 스포트라이트는 찾기 어렵다. 20대는 소비력을 갖추지도, 정치적이지도 못하며 각자도생의 늪에 빠져 있다. 30살을 전후해 그나마 직장에서 좌충우돌을 겪거나 어느 정도 사회에서 명함을 팔 시기까지 오지 않으면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는 마치 암흑의 터널이라도 들어가는 시대다.
 
MZ세대라 불리는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수저론을 몸소 겪어왔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를 명언처럼 배웠고, 이제는 부모 잘 만나 말 타고 대학가는 걸 넘어 회사를 들어가도 퇴직금 50억원으로 갈리는 세상을 마주했다. 
 
이런 세상에서 과연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있을까. 만약 청년들이 작게라도 꿀 수 있는 꿈이 있다면 부디 그 꿈 속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밤 10시 넘어서까지 친구도 만나고 연애도 하기 바란다. 그 곳에서는 건물주보다, 금수저보다, 퇴직금 50억원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찾아 성장하길 꿈꿔본다.   
 
박용준 공동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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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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