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사가 '햇살론 카드'를 이달 말부터 출시한다. 정부는 신규 서민금융정책상품 출시로 저신용자의 자금난을 해소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선 부실만 양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5일 서민금융진흥원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말부터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에서 햇살론 카드를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햇살론 카드 발급을 위한 카드사별 전산 작업 속도가 상이해 출시일이 달라졌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카드사별 내부 전산 작업에서 차이가 나서 10월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햇살론 카드는 현재 신용평점 체계에서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저신용자를 위한 상품이다. 신용평점 680점 이하 또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고객도 신용카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지원 요건은 신용평가사 신용평점에서 하위 10%에 해당돼야 한다. 또 가처분소득 연 600만원 이상 증빙이 필요하며 발급 전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온라인으로 교육을 3시간 이상 수강해야 한다.
햇살론 카드로 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는 200만원이다. 어느 카드사에서 신청하든 이용자가 받을 수 있는 한도는 동일하다. 카드사가 개별 신용평가시스템(CSS)을 활용해 한도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보증심사를 거쳐 이용 한도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총 공급 규모는 500억원이다. 카드사별로 할당된 공급량은 없어 특정 카드사에서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은 없다. 다만 먼저 상품을 출시하는 카드사로 고객이 쏠릴 가능성은 있다.
청구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카드사별로 타깃 고객 모집을 위해 제공되는 혜택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업체별 할인 혜택을 따져 신청하는 게 유리하다.
카드사들은 이번 상품 출시에 우호적인 입장은 아니다. 결제에 따른 신용판매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이용층이 저신용자인 만큼 부실 리스크가 크고 장기 고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측에선 이런 이유로 연체 발생 시 100% 보증키로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카드사들은 연체에 따른 일시적인 건전성 악화 및 충당금 확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청구할인 등의 마케팅 혜택 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햇살론 카드 자체가 신용 위험이 있는 사람을 지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영업 기회보다 신용관리 차원에서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지원이 부실만 양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소득자의 신용을 정상화하는 마중물이 아닌 선심성 정책으로 끝날 것이란 관측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드를 못 써서 신용불량자가 아니었던 소비자가 오히려 카드를 써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위험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연체가 발생했을 때 정부 재정으로 지원한다면 오히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햇살론 카드가 10월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