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식품주, 악재 ‘산적’…비중 줄이는 증권가

곡물·면화 가격 10년 새 최고치…"에너지 대란발 곡물 대란 주의해야"

입력 : 2021-10-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전세계 에너지 대란으로 촉발된 주요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의류·식품 업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식료품과 의류의 주요 원부자재인 곡물과 면화의 가격이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의류 업종의 경우 주요 생산기지인 베트남 락다운까지 겹치면서 실적 악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도 의류와 식료품 업종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줄이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최근 의류업종과 식료품업종의 모델 포트폴리오 비중을 줄이고 있다. 이달 들어 한국투자증권이 영원무역(111770)의 비중을 줄였으며, 교보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이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오리온(271560), 오뚜기(007310), 한세실업(105630) 등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거나 비중을 축소했다.
 
표/뉴스토마토
 
증권가들이 음식료와 의류 업종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줄이는 것은 최근 원자재인 곡물 가격과 면화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8월 말 대비 9월 말 소폭 상향됐으나 소재, 경기소비재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며 “내년도 이익 모멘텀이 둔화되는 만큼 실적 컨센서스 변화율이 큰 업종,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식료품 관련주들은 올해 3분기만 해도 라면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식료품의 주요 원료인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가격 인상이 무색해졌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0.0포인트로 전월(128.5)보다 1.2% 상승했다. 이는 2011년 9월(130.4)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곡물 외에 유지류, 팜유, 유제품 설탕 등 식료품 주요 원료가격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
 
곡물 가격의 급등은 최근 이어진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원인이 됐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운송비와 비료 가격 등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곡물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 연구원은 “시장은 유럽과 중국의 에너지 및 전력대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으나 이제부터는 에너지 가격이 곡물대란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비료의 주요 원료인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이 상승하면서 비료 가격이 급등이 주요 곡물 파종시기와 맞물려 곡물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의류의 원료인 면화가격도 10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인터컨티넨털 익스체인지(ICE)에서 거래되는 미국산 면화 선물 가격은 최근 1.09달러까지 오르며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 
 
특히 의류업종의 경우 국내외 의류 생산기지가 몰려있는 베트남이 코로나19 여파로 봉쇄되면서 실적 악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9월 베트남의 주요 의류 생산시설 가동률은 10~20%까지 추락했다. 베트남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의 의류 수출 실적은 목표치에 비해 최대 50억달러(5조9495억원) 가량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에서 유례없이 높은 강도의 봉쇄조치가 내려지면서 국내외 대형 업체들의 조업 중단에 따른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가동률 급감과 함께 공장 근로자들에 대한 숙식 비용과 납기를 맞추기 위한 항공 운송비 등이 추가로 반영되면서 3분기 실적은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서울 중구 명동 의류 상점 쇼윈도에 봄옷이 진열 돼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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