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대형 대부업체에서 연이율 20% 미만의 대출 취급이 늘고 있다. 우량 고객으로 대출 취급이 쏠리면서 저신용자들의 자금난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 신용대출 금리를 공시한 26개 업체 가운데 '연 15% 이상 20% 미만' 금리로 취급된 신규 또는 추가·재대출 비중이 90%를 넘어선 업체가 3곳으로 확인했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는 연 20% 미만 금리로 취급된 신규대출 비중이 93.9%로 집계됐다. 추가·재대출 역시 연 20% 미만 취급 비중이 95.2%였다. 추가·재대출에선 최저 14.9% 금리로 대출이 체결되기도 했다.
애니원캐피탈대부는 같은 기간 연 20% 미만 금리로 취급된 신규대출 규모가 전체에서 95.2%의 비중을 차지했다. 15% 미만 금리로 취급된 비중도 1.6%였다. 신규대출 중 가장 낮은 금리로 계약이 성사된 대출의 연이율은 9.9%였다. 추가·재대출 역시 연 20% 미만 금리로 공급된 대출 비중은 98.0%였으며, 최저 금리 사례는 14.9%였다.
웰컴크레디라인대부에서도 연 20% 미만의 이율로 공급된 추가·재대출 비중이 95.8%로 나타났다.
3분기부터 20% 미만 대출 비중이 늘어난 것은 지난 7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주요 대출 고객 타깃층이 우량 차주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18개 대형 대부업체가 성실상환자 한해 금리 인하를 소급 적용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당국 역시 '우수 대부업 제도'를 도입해 지원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우수 대부업체 선정된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등 21곳에 은행 차입을 허용했다. 조달비용 완화로 우량 고객을 중심으로 대출 공급을 확대할 길이 생겼다. 이달 업계에선 처음으로 하나은행이 아프로파이낸셜대부에 대출을 내주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선 여전히 대출 경색 현상은 그대로라는 판단이다. 최고금리 인하로 운영 및 대손 비용이 이자 수익을 넘어서는 구조로 바뀌면서 대다수 업체는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업체도 많았다. 3분기에도 신규 또는 추가·재대출 취급건수가 10건 이하인 업체는 발란스대부, 미래크레디트대부 등 4곳으로 집계됐다.
대부업마저 우량 고객에 초점을 맞추면서 저신용자들이 대출을 받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 규모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비용이 정해진 상황에서 신용도가 좋은 사람에게 대출이 나가면 저신용자는 반대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대형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연 20% 미만 대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대부업체 간판.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