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관자놀이 누른 교사…대법, 무죄 확정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기소 사건 상고심서 원심 판단 유지
"교육적 동기로 봐야…어머니 법정 진술도 증거능력 없어"

입력 : 2021-11-0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초등학교 학생의 관자놀이를 누르는 등의 학대 행위로 담임교사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무죄로 판단했다"며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신체적 학대 행위와 정서적 학대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3월 부산에 있는 한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당시 2학년이던 B군이 숙제 검사를 받은 후 칠판에 숙제 검사 확인용 자석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양 주먹으로 B군의 관자놀이 부분을 누르는 등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5월 B군의 수업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부모님에게 찍어서 보내겠다"고 말하면서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행동을 취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피해자의 관자놀이를 누르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신체적·신적으로 학대했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는 큰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고, 전학과 이사까지 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아무런 전과가 없고, 피고인의 제자, 지인 등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제시했다.
 
하지만 2심은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법정에서 한 진술이 증거 능력이 없고, A씨의 행위도 학대로 볼 수 없다면서 1심 판단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우선 재판부는 "B군 어머니의 각 원심 법정 진술 중 각 원진술자인 B군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부분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군 어머니의 각 원심 법정 진술은 B군의 같은 반 다른 아동, 그 다른 아동의 어머니로부터 들었다는 말을 전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며 "이는 형사소송법 316조 2항에 따라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외국 거주, 소재 불명 등에 준하는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만 증거로 할 수 있는데,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B군의 같은 반 다른 아동, 그 다른 아동의 어머니가 이와 같은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는 학급 아동들과 과제나 학습 내용을 마치면 게시판에 자석 스티커를 붙이기로 약속하는 방법으로 규칙을 만들고, 스티커 붙이기를 잊어버리는 경우 '기억을 잘하자'는 의미에서 '기억'과 연상 작용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인 관자놀이를 눌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이 규칙의 내용이 특별히 자의적이라거나 교육상 부당하다고 할 수 없고, 관자놀이를 누르는 것은 규칙을 어기는 것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고자 하는 교육적 동기와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A씨의 반 아동들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에 의하면 B군 외에도 A씨로부터 관자놀이를 누르는 행위를 당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아동들이 약 15명 있는데, 그에 대해 아팠다고 진술한 아동도 3명 있으나, '별로 안 아팠다'거나 '아프지 않았다'라고 진술한 아동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며 "아동의 진술이 갖는 특성을 고려할 때 관자놀이를 누르는 행위로 아픔을 느꼈다고 진술한 B군을 비롯한 일부 아동들이 A씨가 가한 유형력의 정도나 그로 인한 고통의 정도를 과장해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A씨는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하려고 했던 경위에 대해 당시 B군이 평소보다도 매우 심하게 소란을 피우며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같은 반 아동들 역시 B군이 '소리를 질러서', '떠들어서' A씨가 이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며 "이를 보면 A씨가 B군의 행동을 중단시키고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려주는 훈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따라서 A씨가 이와 같은 행위를 한 주된 동기나 목적 역시 수업 시간의 질서 유지와 훈육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업 시간에 아동이 소란을 피우는 등의 행동을 하는 상황에서 '너의 이러한 행동을 부모님에게 알리겠다'고 말하면서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하려고 한 행위는 아동의 부적절한 행동을 중단시키기 위한 수단이 됨과 동시에 추후 아동의 학부모와의 효과적인 상담 등을 준비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라며 "비록 당시의 상황에서 교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교육 목적상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행위라거나 그 자체로 현저히 부당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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