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2030년 어느 가을날, 서울 합정동 고층 빌딩 앞에 자동차 한 대가 멈춰서 있다. 직장인 김자율씨가 호출한 차량으로 음성비서에게 아들이 다니는 학교로 가줄 것을 요청한다. 차량은 차세대 통신 및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최적의 주행 경로를 찾아 움직인다. 김씨는 편히 않자 음성비서가 추천해 준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자율주행 인프라가 깔리면서 퇴근길 교통 정체가 줄어든 덕분에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적 주행경로 탐색, 교통 정체 감소 등 자율주행 인프라 발전으로 변화될 도시의 모습은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자율주행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으로 꼽힌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에서 업무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운전 보조 수준에 머물렀던 자율주행 시스템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보조가 아닌 진짜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차량이 나올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까지 자율주행차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양연구소 내부에서 시범 운영중인 로보셔틀의 모습. 사진/현대차
2일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에 따르면 2035년 글로벌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 규모는 약 1334조원으로 지난해 약 8조5000억원 대비 15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 규모도 지난해 약 1509억원에서 2035년 약 26조1794억원으로 연평균 4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주행차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기준 총 6단계(레벨 0~5단계)로 구분된다. 현재 자동차에서 지원하는 차선이탈 경보장치나 크루즈 컨트롤 등의 기능이 레벨1에 속한다.
레벨3부터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으로 본다. 차량이 교통신호와 도로 흐름을 인식해 운전자는 개입 없이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고 비상상황에서만 필요한 수준이다. 레벨4는 모든 상황에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2를 넘어 레벨3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실제 일본 혼다는 지난 3월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세단 '레전드'를 출시했다. 다만 고속도로 정체 수준인 시속 30㎞ 미만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시작해 시속 50㎞까지 운행을 유지한다.
레빌3의 상용화 시점부터 자율주행차 시장은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작은 내년부터다.
현대차(005380)는 이르면 내년 제네시스 G90에 자율주행 레벨3 기술 HDP(Highway Driving Pilot)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합작한 '모셔널'과 함께 전기차 아이오닉 5에 기반한 로보택시도 개발했다. 자율주행 레벨4를 탑재하고 있어 2023년부터 미국 실제 도로를 달릴 예정이다.
자율주행에서 가장 앞선 회사로 알려진 구글은 2016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부서를 웨이모(Waymo)로 분사하고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볼보, 다임러와 레벨4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차선변경 보조, 정지신호 앞 감속, 자동 좌회전 및 우회전 관련 기능이 포함된 자율주행 시스템(FSD)의 새 버전 베타 10.2를 출시했다. 테슬라는 자사 운전 보조 시스템 '오토파일럿'을 통해 전 세계에서 축적한 자율주행 데이터가 지난해 30억마일(약 48억㎞)를 넘었고 올해는 50억마일을 돌파할 전망이다.
GM은 지난달 11일 최첨단 운전 보조 기술 '울트라 크루즈'를 공개했다.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주행 상황에 95% 이상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울트라 크루즈는 2023년부터 핸즈프리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갖춘 GM의 라인업에 탑재되며 캐딜락 모델을 통해 최초로 소개될 예정이다.
포드는 링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내비게이터'에 자율주행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 '액티브글라이드'를 탑재한다. 포드는 F150과 머스탱 마하E에도 '블루 크루즈'라는 이름의 3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할 계획이다.
이명구 KPMG 선임연구원은 "2025년까지는 도로 및 물체 인식, 제어 등 개별 요소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한 자율주행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2030년이 지나면 자율주행과 인프라 기술 발전으로 제한 자율주행 시장 규모와 완전 자율주행 시장 규모가 역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은 2040년 연간 3370만대의 자율주행차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주행 인프라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2027년 완전자율주행 상용화에 대비해 올해부터 전국 주요 도로에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I-CTS) 통신 인프라를 구축한다. C-ITS는 주행 중인 차량이 다른 차량 또는 시설과 각종 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기술로 완전자율주행 상용화의 기반으로 여겨진다. 현재 대전~세종 간 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시험 중이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본격 활용을 위해서는 탑승시설 구조와 제반 설비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고 도심 3차원 지도를 구축할 방침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