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SBI홀딩스가 SBI저축은행의 배당 시점을 1년 더 앞당기기로 했다. 코로나19장기화에 따른 대출 수요 폭증으로 역대급 실적이 예고되자, 내년 실적을 토대로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4일 SBI저축은행의 일본 모회사 SBI홀딩스에 따르면 3분기 SBI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9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4.5% 증가했다.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전년 대비 51.0% 늘어난 2931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4분기가 남았지만 올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은 2020년 한 해 실적인 2583억원을 뛰어넘었다. 4분기 실적이 반영되면 사상 최대 실적을 또다시 갈아치울 전망이다.
지난 7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되면서 수익 악화가 예상됐음에도 실적이 개선된 건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출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의 총여신은 10조10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4444억원 늘었다. 이같은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3분기에도 대출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SBI저축은행 측은 앞서 상반기 실적이 개선된 이유로 중금리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이 예고되자 SBI홀딩스 측은 배당 시점을 앞당긴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4월 실적 발표 당시만 해도 SBI홀딩스는 2023년 결산 실적을 토대로 배당한다는 목표였지만, 이번 3분기 발표 자료에선 2022년으로 배당 시점을 단축했다. 내년에 배당을 집행하면 지난 2013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 지 9년 만에 첫 배당이다.
SBI저축은행은 이미 지난해부터 배당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1~4를 인수 합병하며 우발채무로 인한 결손금이 7385억원까지 달했지만 지난해에 모두 털어냈다. 합병 과정에서 반영된 4938억원에 달하는 자본조정 항목 손실도 내년까지 벌어들인 순익으로 모두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BI저축은행이 배당을 실시할 경우 모든 수익은 SBI홀딩스에게 돌아간다. SBI홀딩스가 SBI저축은행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SBI저축은행 측은 배당을 실시하더라도 모든 수익을 국내 사업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기업금융 투자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SBI캐피탈을 설립한 만큼 사업 확장에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SBI홀딩스 측은 배당을 하더라도 국내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SBI저축은행의 일본 모회사 SBI홀딩스가 오는 2022년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SBI저축은행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