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라임자산운용에서 청와대 등 정관계 로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재판장 조은래)는 1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증거은닉교사,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7000만원의 추징 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회사 피해액이 192억원에 달해 회사 존폐에 영향을 미치고 투자자들도 손해를 입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명목상 대표로 아무것도 몰랐다는 취지의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사용 용도가 정해져 있는 192억원이 다른 방식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명의로 이뤄지는 각종 결재를 묵인했다”며 “피고인은 횡령 종범이 아닌 ‘정범’”이라고 봤다.
또한 “피고인은 공무원에 대한 알선 내지 청탁 명목으로 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며 “청와대 정무수석과 검찰 수사관이 청탁대상이었던 점,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하면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것에 대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횡령 범행의 주동자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인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으나, 검찰의 항소 이유였던 이 전 대표의 증거은닉교사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횡령 범행을 주도한 사람은 김봉현이고 범행 과정에서 피고인의 역할과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하다”며 “횡령 범행으로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1심 재판부도 이 전 회장이 김 전 회장의 범행 전모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봤지만 “피고인이 직원을 통해 은닉한 USB 등은 라임 관련 내용이 아닌 본인에 대한 증거로, 자신에 대한 증거를 은닉한 것은 (이 사건) 증거인멸교사로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5년, 7000만원의 추징 명령을 내렸다.
이 전 대표는 김 전 회장과 공모해 스타모빌리티 자금 192억원을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대금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2019년 7월에는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막기 위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검찰 수사관을 만나 각각 5000만원과 2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금액은 김 전 회장에게서 청탁 명목으로 받았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 내용이다.
이 전 대표는 강 전 수석을 만난 사실에 대해선 시인했으나 로비를 하기 위해 김 전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것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강 전 수석도 이 대표의 요청으로 2019년 7월 28일 청와대에서 만난 적은 있으나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와 관련 정계 연결 고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강세(가운데) 스타모빌리티 대표이사가 지난해 6월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