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재판장 조은래)는 22일 오후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5년 상반기, 2016년 하반기 지원자들(부정 채용 의혹 지원자들)이 정당한 채용 과정을 거쳐 합격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며 “조 회장이 지원자의 서류지원 사실을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한 사실만으로는 이를 합격지시로 간주할 수 없다는 점, 조 회장이 신한은행 서류 전형 단계에서 지원자를 합격시켜줘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나 사정 등을 발견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서류 부정 합격에 조 회장이 관여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 중 조 회장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했다.
조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인사담당자들의 형량도 줄었다. 1심 재판부에서 인정한 부정합격자 수가 대폭 줄어들면서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부정합격자로 본 자들 대부분이 상위권 대학교 출신, 각종 자격증 등 기본적 스펙을 갖췄다는 점 등을 들어 이들을 일괄적인 부정합격자로 볼 수 없다고 제시했다.
재판부는 윤승욱 전 신한은행 부행장에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김모 전 인사부장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및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모 전 인사부장에게는 벌금 1500만원, 채용팀 김모씨와 박모씨에 각각 400만원,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으며 증거인멸로 기소된 인사부 개인정보보호 담당 직원은 무죄라고 봤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법인 신한은행도 무죄를 받았다.
또한 신한은행 전 인사부장이 사기업의 채용비리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청구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채용비리죄가 법률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현재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채용 비리를 다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로 인해 현재 채용 비리 피해자는 입사지원자가 아닌 해당기업 그 자체 또는 해당기업 임직원들로 구성된 면접위원들이라, 이는 일반적인 법 감정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용의 주체가 사기업인 경우 헌법 119조 1항에 근거해 사기업이 누리는 채용의 자유를 폭넓게 보호해줄 수 없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해보면 사기업 채용과정에서의 공정과 부정의 경계를 설정하기란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올해 초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채용비리처벌특별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편 이날 조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양형 사유와 별개로 재판부 자체적으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며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가치다. 그런데 신한은행을 비롯 사기업에서 오랫동안 지속해온 이런 관행(채용비리)은 일반 지원자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타파돼야 할 악습이다”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외부청탁 전달자와 임직원 자녀의 명단을 따로 관리해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조정하는 등 150여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인사부에 해당 지원자를 합격시키라는 명시적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최고 책임자인 조 회장이 지원 사실을 알린 행위 자체만으로도 인사부의 채용 업무 적절성을 해치기에 충분하다”며 조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무죄를 받은 조 회장은 재판이 끝난 뒤 “(항소심)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것에 감사 드린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더욱 엄중한 잣대를 갖고 투명한 절차를 확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발언을 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날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