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요소수 품귀에 화물차 노동자들의 총파업까지 겹치면서 연말 국내 물류대란이 더욱 심화할 조짐이다. 특히 컨테이너를 내륙으로 실어나르는 국내 화물차의 상당수가 파업을 주도하는 화물연대에 속해 있어 항만 혼잡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23일 전국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노조는 오는 25일 자정부터 1차 총파업에 돌입한다. 화물연대 총파업 결정은 2016년 10월 이후 5년 만이다.
16개 지역본부별 거점에서 파업을 시작하며 같은 날 오전 10시 총파업 출정식이 열린다. 27일 오후 1시에는 정부·여당 규탄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에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달 더 큰 규모의 투쟁을 연다는 방침이다.
요구 내용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차종·전품목 확대 △생존권 쟁취를 위한 운임인상 △산재보험 전면적용 △지입제(명의신탁제) 폐지 △노동기본권 쟁취 6가지다.
이번 파업의 핵심인 안전운임 제도는 화물차 기사의 장시간 노동과 과속·과적과 같은 위험 운행을 방지하기 위해 적정운임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3년 일몰제로 도입돼 내년까지 시행할 예정인데, 화물연대는 일몰제를 없애고 상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2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과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가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이번 파업의 거점을 주요 화물이 오가는 항만으로 삼으면서 해상 물류업계도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현재 해상 물류업계는 부산 북항과 신항 부근, 울산 구항과 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평택항 3곳 터미널 등을 주요 거점으로 예상하고 운행 제한과 통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 또한 "파업 거점은 주로 항만과 창고, 주요 화주 공장들"이라며 "이번 파업을 통해 전면적인 물류 봉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으로 올해 국내 주요 항은 혼잡도가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 최대항인 부산항은 장치율이 100%에 육박할 정도다. 장치율은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정도를 말하며 평소에는 60~70% 수준이다.
국내 컨테이너 화물차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화물연대에 속해 있어 운송 차량의 절대 수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최근 화물차에 필요한 요소수 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내륙 운송 지연으로 인한 물류대란이 이미 고조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중심 항로에 있지 않아 비교적 한산했던 인천항도 요소수 품귀 이후 화물 처리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수출 물량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연간 예상 수출액은 6362억달러로, 작년보다 24.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10월까지의 수출액이 5233억달러였으므로, 앞으로 11~12월 두 달 동안 1100억달러의 물량이 더 나가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수출업계에선 파업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수출입 화물과 택배 화물 관련 기업들이 가입한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이달 초 "요소수 품귀가 지속해 11월 예정된 화물연대 총파업과 맞물리면 역대 최악의 물류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