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자료 유포에 주가는 치솟는데…감독당국은 '뒷짐'

천당·지옥 오간 렘테크놀러지,일 변동폭 36%…주식 불공정거래 매년 꾸준히 발생, 연평균 117회

입력 : 2021-11-2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상장기업의 허위 정보를 유포해 주가를 띄우거나 시세를 조정하는 주식 불공정거래 사례로 개별종목들의 주가가 요동을 치고 있다. 주식 불공정거래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마땅한 해결방안 없이 원론적 답변만 내놓으며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회사 내부 관계자로부터 나온 정보가 아닌 외부 세력에 의해 조작된 허위 정보가 유통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램테크놀러지, 허위 보도자료에 천당·지옥 오가…당국은 원론적 답변만
 
 
그래프/뉴스토마토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한가를 기록한 램테크놀러지(171010)의 주가 급등 재료가 된 ‘초고순도 불화수소 개발’ 보도자료가 회사를 사칭한 외부 세력에 의해 배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22일 다수의 언론사에 ‘램테크놀러지, 세계 최고 초순도 기체·액체 불화수소 동시 생산기술 개발!’이라는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이날 반도체의 날을 맞아 배포됐다는 이 자료에는 “램테크놀러지가 순도 99.9999999999(15N)의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개발했다”며 “해당 기술력은 일본의 기술력보다 앞선 기술력”이라는 내용이 강조됐다.
 
그러나 램테크놀러지 측은 이날 해당 보도자료를 작성, 배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램테크놀러지 관계자는 “지난 22일 언론사로 배포된 보도자료 ‘초순도 불화수소 기술 개발’과 관련해 회사는 해당 보도자료를 작성, 배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포 주체와 경위는 현재 파악 중”이라며 “외부에서 회사를 사칭해 해당 내용을 배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배포된 자료의 사실관계도 달랐다. 해당 자료에선 램테크놀러지는 ‘초고순도 불화수소 생산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론 ‘불화수소 생산을 위한 정제방법 및 장치 개발’에 대한 특허였다. 즉, 불화수소의 생산 기술에 대한 특허가 아닌 불화수소 정제 방법에 대한 특허로 실제 생산 기술 확보를 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허위 보도자료 소식에 램테크놀러지의 주가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전일에 이어 이날도 가격 제한폭(29.92%)까지 치솟았던 램테크놀러지의 주가는 허위 보도 소식에 고점 대비 35.84%나 급락하며 16.65% 하락 마감했다. 
 
외부 세력에 의한 주가조각이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은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이상 급등을 보이는 모든 종목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특정 종목에 대한 불공정 거래 여부나 모니터링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가 이상 급등락이 있었고 해당 내용이 사실이었다면 거래소에서 알고 감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해당 사례나 종목에 대해 조사 여부에 대해선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허위정보 주가 조작 꾸준히 발생…최근 3년 간 불공정거래 350건
 
허위 정보로 주가를 띄우거나 시세를 조종하는 등의 주식 불공정거래 사례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작년부터 최근 3년간 금융위에 통보된 불공정거래 혐의는 350건에 달한다. 이중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175건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이기태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의 차남 이종현씨가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 전 부회장이 2013년 인수했던 코스닥 상장사 ‘제이앤유글로벌’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회사 지분을 담보로 수십억원을 빌렸는데,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회사 주식이 반대매매에 처해질 상황에 놓이자 제이앤유글로벌이 중국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는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가를 띄운 것으로 조사됐다. 제이앤유글로벌은 지난 2016년 완전 자본잠식에 따른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 폐지됐다.
 
이밖에 남양유업(003920)이 자사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를 홍보했다가 되레 주가 조작이 아니냐는 시장의 역풍을 맞고,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당시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남양유업의 발표에 즉각 반박하고 나섰고, 불가리스 효과에 급등했던 남양유업 주가는 이후 급락세로 이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장되거나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기반으로 주식 투자를 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으로 남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의 조치가 취해졌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이후”라고 밝혔다.
 
사진/한국거래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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