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발생한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또 기각됐다. '부실 수사·수사역량 부재'라는 비판과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치명타를 맞게 됐다.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3일 0시10분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심사 결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방어권 행사 보장의 필요성, 증거인멸·도주우려 불인정이라는 1차 영장 기각 사유와 사실상 같다. 공수처의 완패다.
이날 영장심사의 쟁점은 고발장 작성자와 보고자의 특정 여부였다. 공수처는 1차 구속영장에 이들을 모두 '성명불상자'라고 적었다. 손 검사의 혐의도 명확하지 못했다. 그러나 2차 구속영장에서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자와 보고자를 지난 4·13총선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였던 성모 검사와 임모 검사라고 구체화했다. 이들의 상급자였던 손 검사가 고발장 작성을 지시한 뒤 보고받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총선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게 공수처의 주장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대부분의 수사역량을 투입해 한달 넘게 진행한 보강수사에서 고발장을 누가 작성했는지 등을 밝혀내지 못했다. 의혹 규명의 근원인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손 검사가 휘하 검사들에게 고발장 작성과 보고를 지시했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성립이 허물어진 것이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손 검사에 대한 수사 스텝이 꼬이면서 검찰과 국민의힘 측 연결고리인 김 의원에 대한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법원은 공수처의 의원실 등 압수수색이 절차를 위반해 무효라며 김 의원이 신청한 준항고를 지난달 26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지난 9월10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 의원에 대한 몇차례의 압수수색에서 공수처가 확보한 증거물들은 공판에서의 증거능력이 흔들리게 됐다.
공수처의 윤 후보에 대한 직접 수사는 더 멀어졌다. 이번 구속영장청구에서 공수처는 손 검사의 구속에 집중하기 위해 1차 영장청구에서 주장한 대검 상급자의 관여 언급을 아예 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손 검사에게 수사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비판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는 강압적 수사와 변론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가 하면, 이 사건 주임검사인 여운국 차장검사의 수사배제를 김진욱 공수처장에게 공개 요구했다.
김 의원의 압수수색 준항고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뒤인 지난달 30일에는 공수처가 자신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며 압수수색의 효력을 취소해달라는 준항고를 법원에 신청했다. 이와 함께 이번 영장심사에서도 공수처가 증거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손 검사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을 내다 본 영장전담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손 검사로서는 공수처의 소환 요구를 회피하는 동시에 정치적 이슈 확대를 위해 장외전을 펼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의 검찰 탄압'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되면 이후 법원으로서도 부담"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검사 출신의 또 다른 법조인은 "대선과 맞물린 지금 시점에서 정치적 논란까지 떠 안게 된 공수처의 이번 수사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