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또 기각됐다. 1차 구속영장 청구 기각 37일만에 손 검사에 대한 구속이 또 좌절된 것이다.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0시10분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손 검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구치소에서 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손 검사는 곧바로 귀가했다.
공수처와 법조계에 따르면, 손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한 지난해 4·15 총선 직전, 총선 후보였던 김웅 의원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에 여권 인사와 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공수처는 10월23일 손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피의자에 대한 출석 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 심문 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면서 기각했다.
공수처는 1차 구속영장 청구에서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자를 특정하지 않고 '성명불상자'로 적시했다. 그러나 이번 영장에서는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 검사가 수사정보정책관실 공무원들에게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보고받아 국민의힘 측에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자로 성모·임모 검사 등의 이름을 기재했지만, 이들이 고발장을 작성했거나 손 검사에게 보고했음을 뒷받침하는 물증은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장 심사에는 주임검사은 여운국 차장검사가 직접 출석해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 대한 사회적 중대성과 손 검사의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한 반면, 손 검사는 범죄소명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따른 구속영장 청구라며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검사 측은 공수처가 영장을 청구한 지난달 30일 "1차 영장청구 시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논란을 야기했음에도 영장을 재청구해 (고발사건) 수사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발사주 의혹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