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코로나19 신규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민간 소비가 강한 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는 등, 추가 기준금리 인상 명분 마련에 돌입한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대에 달할 만큼 고물가 기조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조기 종료에 따른 긴축 통화 정책 시행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내달 기준금리 인상도 한층 유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이달 9일 발표한 '2021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변수는 감안하겠지만, 사실상 긴축 통화 경로를 고수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대한 근거로 한은은 민간 소비 증가율과 글로벌 물가 오름세를 제시했다.
실제로 한은은 민간 소비가 올해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4.7% 상승하고,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4.1%, 3.2%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또 글로벌 물가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국내 물가가 0.26%포인트 오른다는 추정을 내놓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높은 글로벌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등 물가 고공행진 추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도 "오미크론 등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현재 전망 하에서는 경기의 양호한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 압력도 생각보다 높고, 길게 갈 전망"이라며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렸지만 아직도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추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용 상당수가 금리 인상에 대한 명분으로 볼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데 있어 주저하는 요인은 사실상 오미크론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유행을 일으키는 수준이 아니라면 금리 동결 고려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이 다양한 외부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 상태에서 너무 기준금리 인상 상정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물가 상승과 금리의 상관관계가 약하고, 금리 인상의 주 목적 중 하나인 주택시장 안정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거세진다면, 그만큼 경기 회복도 늦춰진다고 봐야 한다"며 "게다가 최근 물가 상승과 금리의 상관관계도 크지 않다. 주로 생산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섣불리 상승될 경우 오히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국내 풍부한 유동성을 잡는 데는 효과적일지는 몰라도 주택 시장 상승세를 제어하기엔 역부족이라 판단된다"며 "특히 최근 주택 시장 불안에 대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로 내 집 마련에 나선 20·30 세대들의 이자 부담이 대폭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이달 9일 발표한 '2021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부착돼 있는 대출 안내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