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새해 시작부터 건설사들의 수익성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현장 주요 원자재인 시멘트가 내달 가격 인상을 앞두면서다.
시멘트업계는 시멘트값 상승이 공사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건설업계는 시멘트 가격 외에 연쇄적인 비용 상승이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더군다나 분양가 통제로 인해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기 어려워, 건설사들은 수익성 저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건설업계는 시멘트 가격 상승으로 각 건설사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인건비가 올랐는데, 지난해 철근 대란에 이어 올해는 시멘트까지 주요 원가가 연달아 오르면서 수익성 하락의 위험이 커졌다”라며 “분양 단지도 많아 원자재 가격 인상의 부담이 더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시멘트값 인상으로 건설사 수익성은 하락이 불가피해졌다”라고 진단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자재 가격도 상당 기간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며 “건설사의 수익성 감소 우려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시멘트업계가 예고한 가격 상승률은 약 18%다. 업계 1위인
쌍용C&E(003410)는 다음달부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톤당 7만8800만원에서 9만3000원으로 인상한다.
이에 앞선 지난해 7월에 5.1% 올렸는데, 7개월만에 재차 인상하는 것이다. 한일, 삼표, 성신양회 등 다른 시멘트업체들도 덩달아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자세한 얘기는 하기 어렵다”라면서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가격이 올라도 아파트 분양가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분양가에서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건설사들도 분양가격이 크게 오르기는 어렵다고 봤다. 지방자치단체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가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분양가에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탓에 건설업계는 공사비 상승이 건설사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멘트 가격뿐 아니라 유통비와 인건비 등 연쇄적인 비용 상승이 뒤따를 수 있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
건설사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니라 관련된 제품의 값이 모두 뛰는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도 이를 모두 분양가에 더하지는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 전 원자재를 미리 사서 비축하기도 여의치 않다. 대형사라면 몰라도 중견·중소 건설사는 자본력이 탄탄하지 않아 미리 확보해두기가 쉽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몇 개월치의 시멘트를 확보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공사 기간이 2~3년인 현장에서 그동안 쓸 원자재를 사두기에는 돈도, 쌓아둘 공간도 마련하기가 어렵다”라며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원자재 가격 상승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