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잇따라 올린 '멸공' 게시물 논란이 정치권까지 확산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 계열사에 대한 불매 운동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신세계 주가도 장중 한때 8%가량 급락하며 오너리스크가 불거졌다.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계정에서는 신세계그룹 지배 구조와 관련한 글과 함께 불매운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해당 글은 정 부회장의 지분율과 함께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이마트(139480)와 계열사의 실적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스타벅스가 이마트 영업이익의 55%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불매운동의 시작은 스타벅스에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방송인 김어준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글을 공유하면서 "스벅만 안 마셔도..."란 글을 남겼다. 반면 정 부회장의 지지자들은 '가려운 데 긁어주니 좋다. 이마트 돈줄 내줘야겠네'란 의견을 게재하며 다양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SNS 활용해 신선함과 친근함을 앞세웠던 정 부회장의 소통방식이 도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많다. 한 누리꾼은 "처음에는 신선했는데 도를 넘는다"면서 "기업 대표가 정치적으로 편향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가 곧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이미지가 찍혀서 복구하긴 힘들 것 같고 주주들은 어떡하냐"고 했다.
실제로 이날 신세계 주가는 장중 한때 8% 급락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신세계 주가는 23만30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6.8% 하락했다. 지난해 5월 고점 대비 40%가량 낮은 수준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5.34% 하락한 13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중국 시장 전망 불투명에 따른 화장품 업계의 전반적인 약세"라고 설명했으나 오너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주가에 반영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멸공'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신세계 주주들은 종목 토론방에서 "주주들이 집단 소송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매 운동 움직임은 아직까지 매출 감소로 뚜렷이 이어지진 않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매출에 특이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매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나 '따이궁'(중국 보따리상)들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선지 아직 큰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이 가열될 경우 불매운동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뿐 아니라 외신에도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이 보도되면서 대중국 사업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마트는 2017년 중국 사업을 전면 접었으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사업으로 중국에 진출했고, 신세계면세점도 중국인의 구매 비중이 크다.
홍콩의 유력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금주 아시아 이슈'의 인물란에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이슈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한국의 재벌은 통상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데 정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반공의 견해를 밝히고 있으며, 이 같은 게시물을 올린 것이 처음이 아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앞서 자신의 멸공은 중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밝혔으나 해외와 정치권으로까지 논란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는 이마트를 찾아 멸치, 약콩, 라면 등을 구입한 뒤 나경원 전 의원과 김진태 전 의원도 가세하며 '멸콩 릴레이'가 이어졌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