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이후 시중에는 큰 돈이 풀렸다. 광의의 통화량(M2)은 2020년 3월 2984조원에서 2021년 10월 3544조원으로 560조원 늘었다. 이같은 통화량 확대는 부동산가격 폭등과 물가상승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통화량의 급속한 확대는 초저금리 정책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한국은행은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00%로 인하한 데 이어 5월에 0.50%p를 더 내렸다. 한국의 경제사에서 들어보지 못한 극단적 저금리였다.
따라서 과도하게 풀린 통화량을 흡수하는 것이 지금 한국경제의 큰 과제다. 이를 위해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다시 1.00%까지 인상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코로나19 직전 수준(1.25%)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그렇지만 이 역시 지금처럼 방만한 통화를 수습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14일 금통위 직후 "지금도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기준금리는 완화적 수준이라고 판단한다"며 "경제상황에 맞춰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1.50% 수준까지 올라도 긴축으로 볼 순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1~2차례는 더 올릴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을 늘리고 경기를 회복시키는데 장애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를테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1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의 금리인상이 다른 국가보다 상당히 빠르다"며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을 지나치게 제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런 우려는 분명히 사실일 것이다.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의 이자부담이 커질 것이고, 소비자의 소비활동도 다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동산경기에는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갖가지 규제가 부동산 시장을 덮고 있는데, 금리까지 오르면 더욱 심한 압박이 될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경기 위축은 곧 내수경기의 둔화를 야기한다. 그러므로 금리인상에 따른 이런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러한 경기위축 우려를 불식하면서 활기를 지키는 것은 한국은행의 손을 떠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정책과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를테면 부동산 경기의 경우 지금 더 큰 우려는 거래절벽이다. 과도한 양도세와 일방적인 대출규제 등에 기인하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조차 어렵게 만드는 이런 정책이 엄존하는 한,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거래절벽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금리마저 오른다면 부동산 거래를 2중, 3중으로 제약한다. 그리고 거래절벽이 깊어지고 내수 살리기는 더 어려워진다.
그런 인위적 규제가 없다면 금리가 다소 올라도 부동산 거래가 절벽에 빠지지 않는다. 과도한 수요는 억제되고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금리 상승기에는 적절하고 올바른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직하게 대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제정책 가운데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들이 많았다. 거시경제는 물론이고, 산업정책이나 에너지정책 등 여러 방면에서 무리한 정책이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정부는 경제활성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전염병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책실패의 상당 부분을 덮어줬다. 방역이라는 비상상황 앞에서 웬만한 정책실패는 보이지도 않았다. 저금리와 부풀어오른 부동자금도 정책실패를 잊게 해주는데 한몫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금리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한국은행은 제 몫을 다했다. 앞으로는 그야말로 '정부의 시간'이다. 정부가 금리정상화 시기에 어울리는 정책으로 경기후퇴 우려를 불식시키고 활성화해야 한다. 진정한 실력을 보여줄 때인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임기가 끝나가니 시간이 별로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겠다는 자세만 있다면 시간은 부족하지 않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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