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리니지형 불법 도박장’ 97억 돈세탁 일당 기소

암호화폐로 범죄수익 세탁…정식 리니지 서버와는 무관

입력 : 2022-01-20 오후 7:34:13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온라인 게임 리니지 프로그램을 이용한 MMORPG(다중접속게임)형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암호화폐로 세탁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유진승)는 리니지 사설 서버를 운영하며 불법 도박게임을 제작한 뒤 이를 통해 온라인 도박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암호화폐로 세탁한 조직원 13명을 입건,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암호화폐를 비롯한 10억2500만원의 범죄수익은 보전 조치했다.
 
13명 중 4명은 구속 기소됐으며 9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도박 공간 개설, 저작권법 위반,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 7명은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9만9741회에 걸쳐 이용자들에게 283억원 상당의 게임머니를 환전해 주고 이 중 31억원을 암호화폐로 바꿨다. 나머지 6명은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4만9701회에 걸쳐 365억원 상당의 게임머니를 환전해주고 이 중 66억원을 암호화폐로 송금했다.
 
이들 일당이 만든 리니지 사설 서버는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리니지 서버와 무관한 불법 서버다.
 
이들은 △이런 불법 서버를 개설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저작권법 위반, 게임산업법위반)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버그베어 경주’, ‘투견’ 등 미니게임으로 도박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작해 도박에 쓰이는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도박공간개설)해 준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서버 이용자들에게 자신들의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고, 대포폰으로 가입한 SNS로만 대화를 하면서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연락처를 요구했다.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그제야 환전거래를 해줬다. 이 같은 범행으로 발생한 수익은 당일 암호화폐로 변환해 해외 거래소를 거쳐 자신들의 개인지갑으로 송금(범죄수익은닉 혐의)했다.
 
불법 리니지 서버 내 도박에 베팅하는 장면. 제공/서울중앙지검
 
검찰은 “기존 수사방식으로 신속하게 범죄수익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어 인터넷 검색, 전자 정보 압수수색, 통신·계좌·블록체인 추적(통화 27만건, 계좌거래 260만건, 블록체인 거래 5만건을 분석) 등의 수사기법으로 범죄사실 및 은닉재산을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보전처분 실시 후 피의자들을 검거·조사함으로써 해외 거래소(조세피난처 국가 소재) 암호화폐 3억원 가량을 보전 집행하는 등 총 10억2500만원 규모의 범죄수익을 보전할 수 있었다는 부연이다.
 
이 중엔 미국 달러와 1대1로 교환되는 ‘테더’ 코인 3억원과 이더리움 2억4000만원 상당이 포함됐다.
 
다만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조문(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범죄수익 환수 역량 발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수의 유사 범행을 확인했지만 검찰 수사 개시권이 없는 죄명이므로 사경(경찰) 송치 관련사건이 없는 한 수사 착수 및 범죄수익 환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들 일당에게 적용된 혐의는 검찰에서 직접 수사 가능한 죄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사건의 경우 경찰 송치사건 중 주범이 검거되지 않고, 범행이 계속 진행 중인 사안이 발견돼 피의자들을 해당 송치사건 피의자의 ‘공범’으로 수사 개시할 수 있었다.
 
현행법상 관련 정보를 수사 자료화해 경찰에 이첩할 경우 신속하고 밀행적인 보전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환수 가능한 범죄수익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안은 검찰 수사권이 없는 죄명이라도 예외적으로 수사개시 가능하게 하는 법령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불법 도박 서버 접속 화면. 제공/서울중앙지검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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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