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역대급 증거금 환불에도 시큰둥한 저축은행

LG엔솔 청약 증거금 110조원
역대급 환불에도 저축은행 특판 실종 "이미 수신잔액 충분"

입력 : 2022-01-24 오후 5:10:27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100조원이 넘는 LG에너지솔루션 청약 증거금이 환불됐지만 저축은행들이 과거와 달리 예금 유치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 수요가 크게 불어난 데다, 대출 공급이 제한돼 재원 확보 여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역대급 규모인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증거금 114조원이 환불됐다. 증시가 둔화된 가운데 기업공개 상장 시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공모주 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결과다. 저축은행에서도 공모주 청약 열기로 인해 예금을 인출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 특히 수시입출금식 상품인 파킹통장에서 상당수의 예치금이 인출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저축은행들은 올해 예치금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특판 행사를 벌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과거 공모주 청약 열기가 불었을 때만 해도 인출된 예치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저축은행들은 예금 상품 금리를 인상했다. OK저축은행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OK파킹대박통장의 예금금리를 최대 2.0% 수준까지 올렸다. 30억원 이하의 예치금에 대해 기본금리를 종전 대비 0.5%p 인상한 1.8%를 적용했다. 
 
오히려 최근 업체들은 예금 이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금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이달 4일부터 OK파킹대박통장의 2억원 이하 예치금에 제공하는 금리를 기존 2.0%에서 1.3% 수준으로 내렸다. 2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0.3%의 이자만 지급한다. SBI저축은행은 사이다뱅크파킹통장 2억원 이하 예치금에 적용하는 금리를 1.2%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저축은행들이 공모주 청약 여파에도 예금 상품의 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건 이미 수신잔액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수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예금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잔액은 98조6843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약 20조원 늘었다. 특히 최근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파킹통장을 선보이면서 저축은행도 같이 홍보 효과를 누렸다고 설명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LG에너시솔루션 공모주 청약으로 많은 자금이 빠졌나갔지만 토스나 카카오뱅크에서 출시한 파킹통장 상품이 관심을 모으면서 저축은행도 수진자금 유입률도 높아졌다"며 "특판이나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수신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대출 총량규제에 따라 공급할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제한되면서 자금 유치에 대한 유인이 크게 줄어든 탓이 크다. 금융당국은 올해 저축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로 10.8~14.8%를 제시하며 이를 준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금융권 안에서 분기별 대출 공급 목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내부적으로는 월별로 공급량을 쪼개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달리 저축은행들이 공모주 청약 증거금 환불금을 유치하기 위한 특판을 벌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마지막 날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에서 투자자들이 상담 받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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