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경선 승리를, 이 정권은 매우 두려워하고, 뼈아파할 것입니다."
지난 해 11월 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한 말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후보 수락 연설에서였다. 생중계 되는 윤 후보의 이 말에 간담이 잠깐 서늘했다. 보복 정치를 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들렸다. 자칫 결기가 잔뜩 맺힌 출마의 변쯤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으나, 검찰총장 직을 다 못 채우고 나간 윤 후보가 현 정부에게 가진 개인적 앙심이 불현듯 삐져나온 듯했다.
그러나 이내 다소 격한 표현이었으리라 좋게 이해했다. 아무리 그래도 상식적으로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치 초짜', '0선의 대선후보'가 저지른 또 한번의 말 실수였다고나 할까. 같은 연설에서 그가 거듭 외친 '국민 통합 선언'도 이런 선해를 돕기는 했다.
그런 윤 후보가 지난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진의를 묻는 기자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돼야죠”라며 연거푸 3번 강조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었던 그가, 이제는 문재인 정부를 적폐로 겨냥해 본격적으로 칼날은 겨누겠다고 한 것이다.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의 '그 말'이 현실에 바짝 다가선 느낌이다.
그가 집권하면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는 질문에는 “지금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느냐”고 까지 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입장에서 봐도 윤 후보가 말하는 전 정권 적폐의 수사는 한풀이가 아닌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윤 후보는 인터뷰에서 "저더러 직권남용죄를 남용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공직자에 대해 그것도 반헌법적인 인권침해 부분에 대해서만 적용했다. 원칙대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 그의 직권남용 논란과 관련해 얼른 생각 나는 것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다. 결국엔 이 사건이 윤 후보를 '임기 다 못 채운 총장'으로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윤 후보가 같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를 사람들도 법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시스템에 따라 받는 것"이라고 한 것을 법치주의 시스템에 따른 원칙적 입장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특히 그가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집권 시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건가라는 기자 질문에 "그러면 자기 정부 때 한 거는 헌법 원칙에 따라서 한 거고, 다음 정부가 비리와 불법에 대해서 수사하면 보복인가"라고 되물은 것은 촛불혁명의 정당성마저 부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는 이명박 정권의 '사자방'에 이어 '국정농단'이라는, 고도의 권력형 범죄사슬에 대한 수사였고, 그 수사는 국민이 명령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를 요구하자 윤 후보는 보도 하루만에 한발 물러나기는 했다. 그러나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고 문 대통령과 같은 생각"이라며 알 수 없는 변명을 했다. 여기에 덧붙여 "우리 문 대통령께서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해왔다"고도 했다. 물론 사과는 없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든 현 정권 유지를 희망하는 국민이든, 다음 정부에 바라는 우선적 바람은 국가와 사회의 통합 그리고 조속한 안정일 것이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의 도구로 선택됐다. 그런 그가 이번 대선을 한풀이 기회쯤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적폐청산을 말하는 그를 보는 마음이 그래서 불안하다.
최기철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