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채용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채용비리 관련자를 엄단하고 왜곡된 결과를 바로 잡아야 하지만 제대로 처리할 법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1월 대표발의한 '채용비리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이 현재 계류돼 있는 대표적인 채용비리 근절 관련 법이다. 이 법은 '업무방해죄' 등 법익의 성격이 다른 형법 규정을 통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채용' 그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번 제정안은 처벌과 몰수·추징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는 한편, 채용비리 입사자 채용 취소·명단공개· 손해배상 청구 등을 통해 입사지원자들이 부당하게 고용을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기회와 대우의 평등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채용비리 처벌 특별법'이 발의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진은 류효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4월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열린 '채용 비리 봐주는 공공기관?! LH 고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뉴시스)
류 의원의 특별법은 채용비리를 부정한 방법으로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을 채용시키거나 채용하지 않기 위해 △성별 △출신지역 △출신 학교 △구직자의 친족 △구직자의 지인 또는 재산 정도를 주된 사항으로 고려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적용 대상은 공공기관과 공기업·금융기관·대기업으로 분류되는 300인 이상 근로자 사업자이다.
특별법은 회사가 채용비리가 확인된 입사자의 채용을 취소하는 조항을 뒀다. 채용비리가 밝혀져도 부정 입사자가 퇴사하지 않으면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채용비리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피해를 본 채용단계에서 합격한 것으로 간주해 다음 단계의 응시 기회를 부여하고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채용비리 발생 시 그 원인 등을 기록해 보존하고 채용비리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고용노동부장관이 행위자의 비리 사실 등을 공개할 수 있는 조항도 넣었다. 또 채용비리 행위를 했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게 규정하고 채용비리 과정에서 받은 금품·이익은 몰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특별법도 언제 국회를 통과할 지 불투명하다. 이미 1년 넘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에서는 이 특별법을 포함해 총 26개가 발의됐지만 진척을 보지 못하고있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이 마무리된 뒤에도 통과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채용비리 관련 법안들도 모두 폐기된 바 있다. 대안발의를 포함해 총 52개 법안이 발의됐지만 46개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나머지 6개 중 철회·대안반영이 각각 2건, 가결이 2건이다.
처리된 것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합·조정한 환노위 안과 전희경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병역의무 이행 관련 교원미임용자 채용에 관한 특별법 폐지법률안'이다.
환노위 안은 부당 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주고받았을 때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하고 기초심사자료에 신체적 조건과 직계 존비속의 재산 상황 등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한 내용인데 부정 입사를 취소하거나 피해자를 구제하기는 어렵다. 전 의원의 안은 불필요한 법률을 정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