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횡령 전과가 있는 상대방을 '사기꾼'이라고 지칭한 것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명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씩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1월 종친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역 종친회장을 가리키면서 "남의 재산을 탈취한 사기꾼이다. 사기꾼은 내려오라'고 말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받았다. B씨도 같은 장소에서 종친들에게 동일한 내용을 적시한 혐의다.
A씨 등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해 형법 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 2심은 위증교사·사문서위조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있지만 사기죄 전력이 없어 피고인들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다른 사람의 재산을 탈취한 전력이 있다는 것으로 횡령 전과가 있는 이상 주요 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기꾼이란 표현은 피해자의 종친회장 출마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거나 다소 과장된 감정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법 310조의 '진실한 사실'은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란 의미로 세부적으로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또 공공의 이익은 국가·사회 등 일반 다수인의 이익뿐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도 포함한다는 해석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발언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지 등에 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진실에 반한다고 단정하고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부정하면서 유죄로 인정했다"며 "이런 판단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법 310조의 위법성 조각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