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범행에 동원된 김씨 계좌만 모두 6개로, 이에 따른 윤 후보 측 해명은 되레 은폐·무마 등 각종 논란만 확산시키고 있다.
검찰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김씨의 이름이 총 289회 등장하고 2010년 10월부터 2011년 1월까지 9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보도가 나온데 이어 그 이후 시점에도 석연찮은 대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김건희-권오수, 도이치모터스 BW 블록딜… 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 11월 13일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주인수권 51만464주를 주당 195.9원에 장외 매수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올랐을 때 이 주식을 주당 3918원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장외에서 1억원어치 사들였다.
당시 신주인수권 이론가격은 주당 1126원으로, 김씨는 이 금액의 17% 정도에 불과한 신주인수권을 장외에서 싸게 확보한 것이다. 이후 주가 상승 시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거나 이를 사모펀드에 넘겨 차익을 챙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 시각이다.
그로부터 한 달 여 뒤 도이치모터스는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을 3918원에서 3892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리픽싱'을 거치면서 김씨는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12년 11월 권오수 회장이 김건희씨 등에게 신주인수권을 장외매도한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듬해 2013년 6월 말에는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코스톤 아시아’가 장외에서 ‘타이코사모투자전문회사2013’라는 사모펀드를 통해 이모씨와 김씨 신주인수권 327만588주를 주당 358원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도이치파이낸셜 2대 주주였던 이씨가 당일 자신의 신주인수권 288만3795주를 장외매도하면서 김씨가 타이코 사모펀드에 넘긴 신주인수권은 43만6793주, 보유한 나머지 신주인수권은 7만7081주로 추산된다. 도이치파이낸셜은 도이치모터스가 할부금융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로 김씨는 이 회사 주요 주주(0.67%, 2015년 말 기준)였다. 또 김씨는 그해 3분기 기준 도이치모터스 주식 0.32%를 보유한 주요 주주(7만7079주)로 등재됐다.
도이치모터스 2013년 3분기 주요 주주 현황.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증권가에선 신주인수권 거래를 굳이 장외로 매도·매수한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김건희씨)이 블록딜 형태로 거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장내거래 보다 높은 증권거래세, 직접 신고 납부해야하는 등의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이 추진돼 권 회장이 김씨에게서 실제로 돈을 받고 BW 신주인수권을 팔았는지 알 수 없고, 왜 사모펀드 투자 유치 호재를 앞두고 권 회장이 김씨에게 신주인수권을 넘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반투자자가 알 수 없는 절묘한 시점 매매”
(제공=전국사무금융노조)
2011년 3월22일~8월11일 약 5개월간 이뤄진 대신증권 계좌를 통한 매매 구간도 주목된다.
2010년 10월부터 2011년 1월까지 28차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고팔아 9억4200만원에 달하는 차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되는 <SBS> 보도 구간 이후 일반투자자를 끌어들인 작전 세력 개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20여년 간 증권사에서 근무한 김기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업종 본부장은 “대신증권 매매 기간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세 차례에 걸친 전 고점 돌파 모양을 만들면서 일반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의심된다”며 “일반투자자들의 추격 매수를 유도해서 물량을 떠넘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실제로 2011년 초 지점에 있던 때 한 고객이 도이치모터스 호재를 언급하면서 이 주식이 1만5000원까지 간다고 해 당시 매매에 참여했다”며 “여기서 (김씨는) 미래에셋에서 DS증권으로 주식 이체 후 매도(2010년 1월13일 종가 6960원)를 마무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대신증권 계좌 매매 시기부터는 세력 엑싯(자금회수) 구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1만원대 이상 간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따라붙었다는 부연이다. 이처럼 일반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기고, 뒤처리 일명 ‘설거지’를 거치는 모양새를 보이며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5000원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세 차례 전 고점 돌파 후 개미 물량 떠넘기기”
김 본부장은 “비대면으로 계좌 이체가 어려웠던 그 당시 일반투자자들은 (김씨처럼) 여러 계좌를 터서 한 종목의 주식을 그렇게 자주 이체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면서 “(범죄일람표 등) 매매 패턴을 살펴봐도 (세력)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절묘한 시기에 매매를 한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는 김씨 등이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사건 주범인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어떤 방식의 주문이 이뤄졌는지를 살펴봐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인 한 변호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흐름이) 시세조종 사건 매매 패턴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특징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로 시세조종이 성립된다고 볼 순 없다”며 “구체적으로 일반투자자에게 물량을 떠넘길 때 어떤 기교가 들어갔는지, 그 행위가 시장에 어떤 위법한 충격을 가했는지, 매수 여력보다 큰 매수세가 있는 것처럼 위장했는지 여부 등이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