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전쟁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며 국내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경기 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스피는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하며 약 90포인트가 빠져 2620 선에서 장을 마감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8.91포인트(1.09%) 내린 2622.40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별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63억원, 2925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이 7319억원을 순매수했다.
국제유가가 장중 130달러까지 치솟은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2~3%씩 급락한 것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으로 유럽 동맹국들과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가는 장중 한때 130달러를 돌파, 2008년 7월 이후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경기에 특히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62% 밀린 1만2730.96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20% 이상 내린 수준이다. S&P500지수도 이전 고점 대비 12% 가량 떨어졌다.
전쟁 장기화로 니켈, 리튬 등 원자재와 곡물과 비료 가격까지 덩달아 치솟으면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함께 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오래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기업의 비용 상승으로,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수요 위축과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는 쉽게 해소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점증되고 있다"며 "이에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하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은이 높아졌어도 경기 침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하고 있다. 박광남 연구원은 "지금은 원자재 시장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대체되기 어려운 국면이지만, 글로벌 각국에서 이를 해소하려하고 있다"며 "유럽도 러시아산 에너지 비중을 장기적으로 낮추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앞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은 예측 불가능한 영역인 만큼 당분간 관망세는 유지하되, 추가 하락이 있을 때 저가 매수로 접근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공격적인 매수도 지양할 필요가 있지만 과감하게 매도하고 현금 확보에 들어가는 것도 실익이 떨어지는 구간이라고 판단한다"며 "오히려 일부 하락할 때마다 분할 로봇으로 대응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망 차질 개선 시그널과 펀더멘털 변화 등을 고려해 코스피 2600대에서 분할 매수로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력이 더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며 하락 저지선을 2500선으로 예상한다"며 "오히려 주가가 많이 빠졌고 실적이 탄탄한 반도체, 자동차, 3차전지, 인터넷의 비중을 지금 시점에서 늘려가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대선 이벤트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후보별 정책 공약이 대동소이하며 건설 등 주요 관련 업종들에는 이미 주가가 반영돼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다음주 15일(현지시간)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주목했다. 박광남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침체에 주목할 건지 인플레이션에 주목할 건지에 따라 증시 색깔이 조금은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 해당 이벤트를 주시하면서 봐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