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옥계 ‘토치 방화범’ 어떤 처벌 받나

형법 아닌 산림보호법 적용… 신상공개 불가
"상해 미필적 고의 인정되면 형법 적용 가능성도"

입력 : 2022-03-08 오후 5:58:1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주민들로부터 무시를 당했다는 이유로 불을 내 강원 강릉 옥계와 동해 일대를 불바다로 만든 60대 A씨에 대한 중형과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A씨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춘천지법 강릉지원 조혜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6일 현주건조물방화, 일반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청구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일 새벽 소지하고 있던 가스 토치 등으로 자택과 빈집 등에 불을 질러 대형산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날 오전 1시7분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했다. 체포 당시 A씨는 가스토치와 헬멧, 도끼, 부탄가스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주민들이 오랜 기간 나를 무시해 왔다"며 방화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A씨가 정신 이상자라는 주민들의 진술에 따라, 정신 병력이 있는지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A씨가 낸 불로 강릉 옥계와 동해 일대 산림 1850㏊가 소실되고 건물 수십 채는 잿더미가 됐다. A씨의 모친은 아들이 낸 불을 피하다 숨졌다.
 
재산피해는 강릉에서 주택 등 시설 10채, 동해에서 96채가 각각 전소되고 36채가 일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불이 모두 진화된 후 재산피해 규모가 산정되면 수년간 피해배상을 둘러싼 민사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A씨 범행으로 인해 산림뿐 아니라 재산피해가 다수 발생하면서 A씨는 상당한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림보호법 53조에 따르면 △타인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자기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실수로 산불을 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방화범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 164조 ‘현존건조물 방화치사죄’가 적용될 수 있지만 산불을 낸 A씨의 경우는 산림보호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 형법에는 산불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김지진 변호사(법무법인 리버티 대표)는 “특별법 우선원칙에 따라 산림보호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인명피해가 얼마나 있었는지가 이 사건의 중요한 기준이 되겠고, 재산피해의 경우 감정평가사·손해사정사 등을 통해 감정을 한 뒤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릉 옥계 산불 방화사건 방화범 강력 처벌, 신상공개’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하지만 A씨 신상공개는 현행법상 어려울 전망이다. 피의자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신상공개심의위원회의 판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상공개 요건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사건 △죄를 범했다고 믿을 충분한 증거 △피의자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국민의 알권리 등 4가지다.
 
방화범의 범행시 정신상태. (출처=대검찰청 2021 범죄분석)
 
 
A씨가 심신미약에 의한 범행을 주장할 수 있으나 수사기관에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심신미약은 사물 변별력, 의사 결정력 등이 미약한 상태를 말하며 형법 10조 2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에 대해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박창신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A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는지 여부는 추후 판정을 받아봐야 알 수 있겠지만, 통상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으려면 당시 정상적 사고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며 “하지만 이 사건 경위를 놓고 보면 A씨가 심신미약으로 인정될 여지는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으로 A씨 모친 외 사망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A씨에게 상해 등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형법이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산불 방화범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곽준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청 대표)는 “산불 방화범에 대한 형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대부분의 범죄) 형량이 전반적으로 상향되고 관련 특별법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라 이번 사건 역시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산불 방화범에 대한) 형량이 다시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산림 방화범에 대한 처벌 수위는 2016년 11월 산림보호법 개정에 의해 완화됐다. ‘타인 소유의 산림에 고의로 불을 지른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에서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2008년 2월 정부에 앙심을 품고 숭례문에 불을 질러 전소시킨 당시 60대 방화범은 징역 10년을 선고 받고 2018년 2월 만기 출소했다.
 
지난 5일 새벽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백봉령 일대 매봉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남양2리4반 범우리 마을의 주택이 불에 타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주택 4채가 전소됐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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