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4년여 간 재판을 받아온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보미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1월 함 부회장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은 이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양벌규정에 따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나은행 법인은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함 부회장이 지원자들에 대한 추천 의사를 인사부에 전달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합격권에 들지 못한 특정 지원자들이 합격할 수 있게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인사부 직원들이 함 부회장의 지시는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이를 배척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함 부회장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차별적 채용 방식이 10년 이상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며 “함 부회장이 남성 위주의 채용을 지시했다고 검사는 주장했으나 그에 대한 근거나 물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차별 채용 방식은 은행장들 의사결정과 무관하게 관행적으로 지속돼 온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차별 채용 방식은) 은행장들의 의사결정이나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장 전 부행장에 대해서는 “당시 부행장으로서 결재권자였다”면서 “‘장기용 부행장’으로 표기된 별도 리스트를 장 전 부행장이 인식한 것으로 보이고, 지원자들의 합격 여부도 확인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은행은 사기업이라 하더라도 채용 공정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하나은행은) 차별적으로 공개채용을 진행해 공채에 임한 지원자들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함 부회장 등은 2015년~2016년 신입행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인사 청탁을 받고 지원자 총 9명을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행원 남녀비율을 4대1로 맞춰 차별 채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도 있다.
이날 무죄를 받은 함 부회장은 재판이 끝난 뒤 “현명하게 잘 판단해주신 재판장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 계기로 앞으로 더 공정하게 경영을 해나갈 것”라고 말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함 부회장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