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신병남 기자] 은행권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각종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일부에서는 윤 당선인의 청년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인 ‘청년도약계좌’의 신중한 추진을 당부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특히 금융업의 생활서비스 진출이나 각종 데이터 활용을 묶어두는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생활서비스 진출을 위한 과감한 규제 완화는 은행들의 숙원이다. 은행들은 대선 때부터 은행연합회 등을 통해 이 점을 강조해왔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대선 직후 “새 정부는 은행산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낡은 규제를 혁신하는데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개인맞춤형 금융서비스가 가능토록, 또 비금융 서비스 진출범위를 확대해 금융과 비금융을 융합한 신사업이 개발될 여건을 조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과 윤 당선인 사이에 온도차가 느껴지는 공약도 있다. 윤 당선인이 핵심 공약으로 꼽는 ‘청년도약계좌’는 벌써부터 은행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 청년이 10년 만기를 적금을 채우면 최대 1억원의 목돈을 쥐게 하는 정책 상품이다.
은행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재원이다. 정부 예산만 수십조원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은행 지원이 강제될 수 없다고 장담하기 어려워서다. 직전 '청년희망적금'을 보면 가입자는 정부 장려금을 차치하고도 금리가 연 6.0%인 적금 수준의 혜택을 받는다. 2년 기준 이자는 67만원(세전)선으로 연 3.5~4.0% 금리를 주는 시중은행 전략상품 대비 22만~28만원가량 높다. 마케팅 비용을 더한 상품보다 이자비용이 더 높다.
일단 청년도약계좌는 3.5%로 금리로 공약돼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품 설계에 들어가게 되면 예산 문제에 따라 이율이 더 높이질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는 청년희망적금 가입 희망자들의 불만이 늘자 급히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가입자가 38만에서 290만명까지 불면서 은행들은 최소 6300억원의 추가 이자 비용이 들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특히나 정권 초기의 정부가 추가 지원을 요구한다면 거절이 어렵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책 상품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높은 이율의 적금이 늘면 전반적인 대출금리가 같이 올라가는 게 시장구조"라면서 "상품설계 시 이러한 점들도 충분히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들은 윤 당선인이 예보료율 인하에 나설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예보료율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크게 올라 시중은행의 5배에 달한다. 예보료율 상한은 0.5%로 설정돼 있으며 저축은행은 0.4%다. 다른 업권인 시중은행 0.08%, 보험·증권 0.15%, 농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0.2%와 비교하면 높은 예보료율을 기록하고 있다.
저축은행에만 징벌적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저축은행들은 다른 업권과 동일하게 0.15~0.2% 내외로 예보료율을 제시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건전성이 크게 개선된 만큼 예보료율을 조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송종호 기자 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