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삼성전자 주총, 개미들 '성토의 장'됐다…안건은 모두 가결

한종희 부회장, GOS 논란에 '90도' 사과…"심려 끼쳐 송구"
노태문 사장 사내이사 선임안 통과…찬성률 97.96%로 가결

입력 : 2022-03-16 오후 3:57:15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고객 마음을 처음부터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앞으로 고객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보답하고자 한다."
 
삼성전자(005930)가 'GOS(게임최적화서비스·Game Optimizing Service)' 논란과 주가 하락 등 연이은 악재 속에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단상 아래로 내려와 주주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전국삼성전자노조가 16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 앞에서 'GOS사태의 근본 원인인 노태문 삼성전자 사내이사의 선임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재훈 기자)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최근 불거진 GOS 논란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주총장 밖에서도 전국삼성전자노조가 'GOS사태의 근본 원인인 노태문 삼성전자 사내이사의 선임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주총장을 찾은 주주는 1600여명을 훌쩍 넘었다. 이는 전년(900여명) 대비 약 1.8배에 달하는 수치다.
 
주총의 화두는 단연코 '갤럭시S22' GOS 강제 성능 저하 논란이었다. GOS는 스마트폰의 과도한 발열과 배터리소모를 줄이기 위해 초당 프레임수와 GPU 성능 등을 조절해 화면 해상도를 자동으로 낮추는 기능을 한다. 특히 고사양의 게임을 실행할 경우 GOS가 자주 작동하게 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S22 시리즈에 해당 기능을 의무적으로 탑재함에 따라 사용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능이 낮춰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GOS 실행 강제 방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16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조재훈 기자)
 
한 주주는 "갤럭시S22 시리즈 성능을 제한해놓고 한편으로는 최대 성능이라고 과대광고를 해서 논란이다"라며 "해당 논란에 대해 회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GOS와 관련해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객 여러분의 마음을 처음부터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GOS 관련 질문 잇따라 터져나왔다. 이날 사내이사 후보로 경계현 DS부문장과 노태문 MX사업부장,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등 4명이 올랐는데 특히 노태문 사장이 GOS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주주는 "노태문 후보는 현재 GOS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데 삼성 팬들에게 합리적인 납득을 주지 못했다"며 "GOS 이전에도 불안한 행보를 보였기때문에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하드웨어 책임직에서 손을 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주는 "원가 절감을 통한 영업이익 증가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가치 등 여러 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을 넘는 행위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태문 사장을 지지하는 주주도 있었다. 한 주주는 "최근 노태문 사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사업을 진행하다 이익을 볼때도 있고 손해를 낼때도 있다"며 "실패보다 실적이 더 많다면 실적을 더 높게 평가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노 사장을 응원했다.
 
16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조재훈 기자)
 
이날 노태문 사장 선임안은 출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44억329만9612주 중 43억1360만2631주의 찬성을 얻으면서 찬성률 97.96%로 가결됐다. 소액주주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98%에 달하는 찬성표를 받아낸 셈이다.
 
한 부회장은 "노태문 사장은 디지털 리더십을 갖춘 모바일 사업 전문가로 갤럭시 S 및 폴더블폰, 웨어러블, PC 개발과 성공을 이끌며 2014년 이후 최고의 실적을 만들어낸 뛰어난 경영자"라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모바일 시장에서 폴더블폰과 5G, AI 등을 융합한 새로운 모바일 경험을 새로운 성장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MX사업부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 강화시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계현 사장(86.34%), 박학규 사장(86.11%), 이정배 사장(98.04%)도 높은 찬성률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또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의 사외이사 선임안,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감사위원 재선임안 역시 찬성률 69.53%, 74.46%로 각각 가결됐다. 한화진 한림대학교 글로벌융합대학 객원교수와 김준성 전 싱가포르투자청(GIC) 매니징 디렉터도 각각 99.71%, 97,68%의 찬성률로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이외에도 재무제표 승인 안건(99.27%)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98.17%)도 높은 찬성률로 통과돼 모든 안건이 승인됐다.
 
수원=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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