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대검찰청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인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에 찬성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직접 수사 축소와 정반대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오는 24일 예정된 인수위 업무 보고를 앞두고 법무부에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 의견을 전달했다. 법무부가 보고하면 인수위는 이를 토대로 국정과제에 반영한다.
현재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6대 범죄만 직접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로 제한한 규정은 검찰청법에 있지만 그 구체적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 대통령령을 개정하면 6대 범죄에 관한 검찰의 수사 범위 확대가 가능하다.
대검찰청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인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에 찬성하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진=연합뉴스)
윤 당선인이 공약 중 하나인 경찰 송치 사건의 검사 직접 보완 수사도 대통령령을 손보면 돼 실현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송치된 사건에 추가 수사가 필요할 경우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게 돼 있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은 재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할 때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종결할 수 있다.
대검은 직접 수사 제한에 따른 실체 규명 제약과 수사 효율성 저하 등을 이유로 개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대검은 지난달 수사권 조정 1년간 업무분석 자료를 통해 "여죄·공범 등을 확인해도 수사 개시가 제한되고 경찰에 보완 수사 요구·이송해야 해 중복수사나 절차 지연의 소지가 있다"며 "적극적 수사나 신속한 실체진실 발견에 한계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특히 마약범죄나 무고죄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가 이뤄진다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정책은 뒤집히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문무일 검찰총장 당시인 2017년 8월 전국 41개 지청의 특수수사 전담부서를 폐지한 것을 시작으로 특수부를 없애고 직접 수사 부서를 형사·공판부로 전환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해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당선인이 사법 공약을 발표했을 때부터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에 대한 우려 지속되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모든 수사를 할 수 있게 되면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정치와 사회를 모두 좌지우지하는 '검찰 공화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윤 당선인이 평소 검찰의 직접 수사 강화를 피력해 온 만큼 대통령에 취임하면 이른 시일 내에 대통령령을 바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령이 개정되면 검찰 공화국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새 정부가 (수사권 관련)직제개편안을 바꾸려 한다면 대통령령으로 얼마든지 쉽게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검찰이 수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하는 반드시 그것이 검찰을 위해 좋은 것이라고 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현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해소하고 국가적 차원의 특수수사 역량을 높이기 위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어떤 방향이든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차장 검사를 지낸 변호사는 "이번 정부에서 추진한 검찰개혁으로 생긴 문제들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지만 단순히 수사 범위나 권한을 어떻게 할지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며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