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주거용 건축물 중 아파트가 63.3%, 단독주택 17.6%, 다가구주택 9.1%, 다세대주택 6.9%, 연립주택 2.3%라고 한다. 비단 아파트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파트의 관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다. 집합건물법 제32조는 매년 회계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정기 관리단집회를 소집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대부분 현 시점을 전후하여 관리단집회를 소집하여 작년 결산 및 금년 예산, 관리인 선정 등의 안건을 처리한다. 최근 관리단집회와 관련된 법원의 결정(인천지방법원 2022. 3. 14.자 2021카합10717 결정)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A관리단은 B를 관리인으로 하여 기존 관리회사인 C회사를 상대로 건물관리에 관한 업무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의 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B를 관리인으로 선출한 관리단집회가 효력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구분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점유자(세입자)의 결의가 효력이 있는지 여부이었다. 인천지방법원은 “이 사건 건물의 관리인 선임과 같이 중요 사안에 관한 결의가 이루어지는 경우 구분소유자들의 의사가 정확하게 반영되었는지, 적법한 절차적 요건이 준수되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제한 뒤, “전유부분 점유자들이 이 사건 결의에 동의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전유부분 소유자인 C회사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중략)…이를 제외할 경우 이 사건 건물 전체 전유부분 면적의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B를 관리인으로 선임한 이 사건 결의를 무효”라고 이유를 설시하였다.
집합건물법 제16조 제2항은 임차인(세입자)과 같은 점유자의 의결권 행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문장을 그래도 옮기면 “구분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전유부분을 점유하는 자는 제1항 본문에 따른 집회에 참석하여 그 구분소유자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구분소유자와 점유자가 달리 정하여 관리단에 통지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며, 구분소유자의 권리ㆍ의무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결정하기 위한 집회인 경우에는 점유자는 사전에 구분소유자에게 의결권 행사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이다. 유사한 취지로 지난 2021년 12월 서울고등법원도 “집합건물법상 서면결의의 경우 관리단집회가 실제로 개최된 경우의 의결권 대리행사와 달리 구분소유자만 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서울고등법원 2021. 9. 29. 선고 2020나2019188 판결)을 한 바 있다. 즉, 관리단의 구성원은 원칙적으로 세입자가 아니라 소유자이므로 점유자가 행사하는 의결권은 구분소유자의 의결권이어서 구분소유자의 의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집회를 실제로 개최하여 의사를 취합하는 것이 사실상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터전을 이루고 있는 아파트에서 절차적인 문제로 인하여 분쟁이 심화되고 공동체가 분열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사는 공간인 아파트를 규율하는 집합건물법과 관리규약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