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빚이 국내총생산(GDP)의 2.2배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 GDP 성장에도 불구하고 민간신용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한 데 따른 결과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청년층, 자영업자 등 가계 취약 차주의 비은행권 대출의 비중이 높아 건전성 저하도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한은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2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의 합) 비율은 220.8%(추정치)로 전년 말 215.5% 대비 7.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75년 통계 편제 이래 역대 최대 수준이다.
가계신용 기준 가계부채는 지난해 4분기 1862조1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 늘었다. 다만 전년 동기 증가율은 작년 2분기(10.4%), 3분기(9.6%)보다는 둔화됐다.
신용대출 등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출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은행(7.1%) 및 비은행(8.3%) 가계대출 모두 증가율이 모두 낮아졌다. 가계신용은 은행·비은행 등 금융기관 대출에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더한 포괄적 가계부채를 뜻한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신용은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상승 등 여파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명목 GDP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종류별로는 그동안 빠르게 증가했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증가세가 큰 폭으로 둔화됐다. 기타대출은 지난 1~2월에도 대출금리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 적용, 상여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으로 감소폭이 확대되며 3개월 연속 잔액이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거래 감소 등으로 증가세가 주춤했다.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173.4%(추정치)로 1년 전보다 4.3%포인트 상승했다.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신용 규모도 작년 말 2361.1조원(추정치)으로 전년보다 10.7% 늘었다. 금융기관 기업대출은 1541조8000억원으로 비은행금융기관(25.5%)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회사채의 경우 금리상승에 대비한 선발행 수요 등으로 순발행 규모가 전년도를 상회했다.
한편 한은은 청년층, 자영업자, 비은행권 대출의 잠재적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도 진단했다.
전체 가계대출 중 취약 차주(대출자) 비중은 작년 말 전체 차주 수 기준 6%, 대출 잔액 기준 5%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3분기(7.7%, 6.5%) 이후 계속 내려가는 추세다.
취약 차주는 3곳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차주를 뜻한다.
특히 20·30 청년층의 경우 전체 차주 중 6.6%가 취약 차주로 다른 연령층 평균(5.8%)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또 청년층 취약 차주의 연체율은 여타 연령층과 달리 작년 1분기 말 5%에서 같은 해 4분기 말 5.8%로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종사상 지위를 살펴보면 취약 차주 중 차주 수 및 대출액 기준으로 각 12.1%, 21.2%가 자영업자로 파악됐다. 이는 2년 전 2019년 말(10.6%, 19.6%)과 비교해 1.5%포인트, 1.6%포인트씩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자영업자 취약 차주의 DSR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105.5%로, 다른 취약 차주 평균(59.6%)보다 크게 높았다.
이들 차주의 연체율은 작년 말 4.4%로 여타 취약 차주(5.8%)보다는 낮다. 하지만 이는 금융 지원 등에 따른 결과로 앞으로 지원 종료 등 정상화 과정에서 부실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한은 측은 분석했다.
취약 차주 대출 중에서 비 은행권의 비중은 작년 말 60.6%에 달했다. 비취약 차주(39.8%)와 비교해 비은행 금융기관 의존도가 훨씬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 차주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그간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은행권 등 금융기관은 대출 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 자본 확충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 당국도 취약 차주의 신용 위험 확대가 금융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금융과 소득 측면에서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선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2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의 합) 비율은 220.8%(추정치)로 전년 말 215.5% 대비 7.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한 은행에 부착돼 있는 대출 안내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