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제20대 대선이 끝났지만 검찰의 '대장동 사건' 수사는 잠잠하기만 하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뭉개고 있다고 보는 쪽과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란 시각이 공존한다. 검찰이 논란을 피하고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 정부 출범 전에 결론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은 지난 9일 대선이 치러진 뒤 현재까지 주요 인물에 대해 소환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대선이 끝나면 관련자 조사 등 사건 처리에 속도가 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지난해 9월 말 전담팀을 만들 5개월 넘게 사건을 들여다본 데다 더불어민주당이 특검 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대선이 끝나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던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잠잠한 모습이다.사진은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이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는 모습.(사진=뉴시스)
검찰은 지난해 11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개발사업 핵심 관계자들을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특혜·로비 의혹 관련 수사는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곽상도 전 의원을 지난달 구속기소한 게 사실상 전부다. 50억 클럽으로 거론되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은 올해 초까지 각각 두 차례 소환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은 조사도 하지 않았다.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으로 각종 문서의 결재라인에 포함된 정진상씨는 지난 1월 비공개 소환조사만 한 차례 받았고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신·구 권력의 눈치 보기를 하는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시사 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김필성 변호사는 "이 상임고문의 혐의점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고 대선에서 패배한 쪽을 공격한다는 시선을 의식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어느 쪽이든 부담이 있어 시간을 두고 진행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날 특검을 통해 대장동 의혹에 관한 소모적 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검찰 수사가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박 장관의 특검 발언은)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측면의 의미도 있을 것"이라며 "(혐의 입증 여부를 떠나)이 상임고문에 대한 조사와 50억 클럽에 관한 수사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정중동 행보'란 관측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 대변인을 지낸 최진녕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은 검찰의 수사 역량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민적 신뢰를 얻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느 때보다 적극적이고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며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른 시일 내에 대장동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벌써 수개월간 수사했기 때문에 실체 규명은 어느 정도 이뤄졌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한 사건인데 수사를 통해 밝힌 사실을 그대로 하루빨리 내놔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과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권이 바뀐 뒤 결론이 나오면 논란과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고 새 정부에도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늦어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까지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