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감찰’ 헛소문 시달리다 극단선택… 법원 “공무상 재해”

재판부 “고인 사망과 공무 사이 인과관계 인정”

입력 : 2022-03-27 오후 12:37:57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암행감찰 대상에 오르며 헛소문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의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숨진 소방공무원 A씨의 유족 측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불승인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인이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 감찰 및 그 이후 직장 내 소문으로 인해 극심한 모멸감, 불안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어 우울 증상이 발생했다”며 “고인이 겪은 스트레스가 공무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의 한 소방서 팀장으로 재직했던 A씨는 2018년 9월경 동료 소방관 등과의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있던 다른 소방관 한명이 소방재난본부의 암행감찰 대상에 올라 회식 자체가 감찰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소방서 내에선 회식에 참석한 동료 소방관과 A씨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하는 헛소문이 돌았고, A씨는 심한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꼈다. 급기야 보직 변경으로 인해 어려움마저 겹쳐 우울증을 앓던 A씨는 2019년 3월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A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순직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도 같은 취지로 유족 측 심사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A씨 유족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순직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를 제기했다.
 
사진=서울행정법원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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