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K팝은 이미 세계 대중 음악계 중심으로 가고 있잖아요.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같은 인기 그룹들이 속해 있는 하이브에 들어가 보고 싶어요."
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호텔 사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하이브 멀티 레이블 오디션(HYBE MULTI –LABEL AUDITION)'.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이 꿈이었고,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에서 작곡을 공부했다"는 19살 소녀 클로 빌라마요르(Cholr Villamayor)가 말했다.
과거 바이올린 등 클래식 분야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는 그가 랩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뜻 발랄한 초록색 재킷까지 입고 다부진 표정을 짓는 그는 가족들과 LA부터 18시간 차를 타고 이 곳에 왔다고.
"미국 가수들도 좋아하지만 하이브에 들어가 창의력이 높은 음악가가 돼 보고 싶어요. 음악이, 예술이 누군가에게 힐링을 줄 수 있다는 회사 목표도 저와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19살 소녀 클로 빌라마요르(Cholr Villamayor).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날 오디션은 빅히트 뮤직과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KOZ 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하이브 아메리카 등 7개 레이블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 가운데는 '불타오르네', '피땀눈물', 'DNA' 등의 안무를 작업한 방탄소년단 퍼포먼스 디렉터인 손성득 안무가도 참여했다.
오디션은 방탄소년단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기간에 맞춰 이날을 포함해 9일, 15~16일 총 4회에 걸쳐 진행된다. 사전 온라인을 통해 보컬, 랩, 댄스 총 3개 부문에 약 1만3000명이 지원자가 몰렸다.
오디션 첫날엔 사전 예약이 아닌 현장에서 지원한 참가자도 많았다. 오전 9~12시 사이에는 줄이 오디션장 안이 가득 차고 밖까지 줄이 늘어설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입구에는 "무제한의 가능성(Infinite Potential)", "최선을 다해라!(Do your best!)", "넌 스타야(You are the star)"와 같은 메모지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지원자 가족들이 정성을 담아 쓴 글귀들이다.
이번 오디션엔 나이만 10대로 한정됐을 뿐 성별, 인종, 국가 등 자격 제한도 두지 않았다. 실제로 지원서에도 남녀 이분법적 구분에 얽매지이 않는 '데이(they)' 표시 구간을 만들고, 이날 오디션장에서는 별도의 줄까지 만들었다.
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호텔 사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하이브 멀티 레이블 오디션'에 길게 늘어선 줄. 사진=빅히트뮤직
이날 오디션장 한쪽 구석에서 만난 카일리 황(kylie huang)과 다이앤 모랜(diane moran)은 각각 보컬, 댄서 파트에 참가했다. 모랜은 "2년 전부터 K팝을 즐겨 들으며 춤을 배웠다. 현아를 가장 멋지게 생각한다"고 했다. 기자들 앞에서는 올해 방탄소년단과 그래미상을 두고 겨룬 도자캣의 춤을 즉석에서 선보인 뒤 "하이브에서 춤울 배울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번 오디션 참가자들의 영상은 모두 녹화돼 7개 레이블에서 공유한다. 이후 각 레이블이 마음에 드는 지원자를 선택, 별도 연락 후 연습생으로 영입한다.
이날 오디션은 하이브가 방탄소년단 콘서트와 연계한 '더 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라스베이거스는 그간 유명 가수들의 공연이나 시상식이 많이 열렸지만, 그간 오디션은 잘 열리지 않아왔다. 하이브아메리카 관계자는 "하이브 내에서도 7개 레이블의 합동 오디션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첫 시도이자 모험"이라며 "효율성을 꾀하고자 했다. 추후 다른 도시로 별도 기간에 같은 방식을 확대시켜갈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호텔 사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하이브 멀티 레이블 오디션(HYBE MULTI –LABEL AUDITION)'에 참석한 카일리 황(kylie huang)과 다이앤 모랜(diane moran).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