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p 올리기로 하면서 시중은행 대출금리에 대한 상승 압박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은행들이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추면서 대출 모집에 적극적이지만, 금리 상승폭이 할인 폭보다 커 대출자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4%를 넘어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빠른 긴축 가능성,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 등 여러 제반 요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으로 대출금리도 덩달아 뛸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통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와 수신금리가 영향을 받고, 이와 더불어 여기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도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각 은행들의 수신금리도 바로 반응을 할 것이고 대출금리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면서 "다만 시장금리가 미리 반영 돼 대출금리가 이미 올라가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보통 코픽스 금리가 가계대출 금리와 주담대 금리로 사용되는데, 코픽스 금리는 대출금리 연동에 조금 후행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얼마만큼 반영될지가 추가적인 금리 인상 속도나 방향성, 기울기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이미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경우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90~6.45%로 6%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달 6%대를 넘긴 지 보름 만에 0.45%p 올랐다. 신규 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 역시 최고 5% 중반에 가까이 다가갔다.
주담대 금리가 6%대까지 오른 건 사실상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시장에선 연내 주담대 고정형 상단 금리는 7%, 변동형은 6%대를 뚫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13조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30세대와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들의 경제적 타격도 극심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도 경쟁적으로 금리 인하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이 지난 14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일부 상품 금리를 0.2%p 깎아주기로 했고,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지난 8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각각 0.1∼0.2%p와 0.3%p 인하했다.
그럼에도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어 차주들의 대출 문턱은 당분간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긴축 움직임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 중에 있고 금리 상승 속도도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면서 "특히 주담대 금리가 7%를 넘으면 한계 차주들의 가계 부실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시내에 시중은행 현금인출기계가 나란히 서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