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세계에서 2번째로 고속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블루온(Blue On)을 내놓으면서 국내전기차 시장에서의 업체간 선점노력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블루온이 내년부터 시범 양산에 나서 오는 2012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힌데 이어, 올해 해외시장에서 생산·판매될 르노삼성차의 '플루언스ZE'도 이미 양산시기를 2012년으로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엠대우도 GM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를 국내시장에 맞게 들여온다는 계획이어서 국내완성차 업계의 경쟁이 2012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갈 전망이다.
◇ 현대차 "최대 성능으로 시장 선점할 것"
우선 가장 먼저 국내 전기차 시장을 두드린 것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정부의 전기차산업 활성화 방안에 따라 양산계획에 나서 내달 중 30대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시범양산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블루온은 배터리 용량과 최고속력이 최초의 고속전기차인 미쓰비시의 아이미브와 같은 시간당 16.4킬로와트(kWh)와 130킬로미터(Km) 수준이지만, 모터 출력은 61킬로와트(kw)로 아이마브(47kw)보다 높고 1회 충전시 주행거리도 10km가 긴 140km를 운행할 수 있는 등 성능면에서 훨씬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정부와 업계는 고속전기차 상용화를 통해 이전 하이브리드 차량 부문에서 일본에 다소 뒤졌던 우리 업체들이 미래환경차에서는 그 구도를 뒤바꿀 수 있을 것이란 장미빛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 日 "가격·인프라 경쟁력이 상용화 성패 좌우"
하지만 일본의 미쓰비시 등 해외업체는 물론 국내 경쟁업체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전기차 부문의 선두 그룹인 미쓰비시와 닛산자동차는 이미 시장에서 성능을 인정받고있는 '아이미브'와 '리프'가 블루온의 돌풍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각종 보조금과 인프라에서 앞선 일본 시장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서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시장에서도 한국 업체를 충분히 앞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실제 일본업체들은 친환경차량에 대한 취·등록세 면제는 물론 구매보조금(1700만원 내외)을 받고 있어 차량 가격 경쟁력이 한국에 비해 우수한데다 전국적으로 150여개 이상마련돼 있는 충전소 등 인프라 환경이 한국보다 우수해 안정적 상용화를 통한 전기차 시장 선점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 국내 "전기차개발 속도낼 것"
블루온의 양산계획 발표와 함께 국내 경쟁업체의 전기차 개발도 속도를 내고있다.
르노삼성은 모기업인 르노가 뉴SM3 기반의 플루언스Z.E, 캉구를 오는 2012년 부산공장을 통해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르노는 이미 내년부터 이스라엘과 프랑스 등 전세계 50여개국에 플루언스Z.E와 캉구를 비롯한 4종의 전기차를 판매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플루언스Z.E는 22kwh의 배터리로 최고속력 140킬로미터의 속력을 내며 1회 충전시 160킬로미터의 주행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또 일반 가정용 전기소켓인 220볼트로 최대 8시간, 고속 소켓으로는 30분내 충전이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소형차를 기반으로 한 블루온과 준중형차 기반의 플루언스는 크기와 구동 성능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를 위해 르노삼성은 제주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실증단지내 운행을 거쳐 내년초 시범 상용화를 추진한 후 일반고객과 택시 등으로 상용화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전기차 개발 계획이 없는 지엠대우의 경우 GM이 개발한 '시보레 볼트'와 소형차 '스파크'를 통해 국내 전기차 시장의 수용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 아카몬 지엠대우 사장은 지난달 "당장 올해와 내년 중반까지 시보레 볼트를 수입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지엠대우가 당장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지는 않겠지만, 국내 시장성이 높아지고 본격적으로 전기차가 쏟아지는 2012년에는 도입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볼트는 평균 주행거리가 64km로 다소 짧지만 성능대비 가격이 낮은 수준(4만달러)인데다, 내연기관을 통해 주행중 전기충전이 가능해 실제 주행상 무리는 없고 오히려 주행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다.
◇ "관건은 양산시기 아닌 시장 경쟁력"
이같은 업계의 전기차 시장 진출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안과 현대차의 양산계획이 잇따르고 있지만, 실제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는 양산시기를 놓고 벌어지는 속도전이 아닌 완전한 인프라속에 성능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지구전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단순한 개발과 양산이 이후 시장성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 경쟁업체들은 "블루온은 이전 전기차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물임에 틀림없다"면서도 "이전 하이브리드 시장에서의 실패를 거울 삼아 양산 여부보다는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이전 차세대 친환경차량으로 액화석유가스(LPG) 하이브리드 모델인 LPI차량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 한계 등을 이유로 최근 가솔린하이브리드체제로 사업방향을 전환한 바 있다.
때문에 거세지는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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