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국책 연구원의 제언이 나왔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강압적, 불공정 무역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제재 중심의 통상정책 방안 마련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추진 과정을 주시해 우리 입장을 정립하고 미국의 대중 통상 관련 법안을 모니터링하는 등 통상 제재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 대비책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세계경제 포커스-2022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보고서로 본 미국의 대중 통상정책 방향'을 통해 미국의 대 중국 통상정책 관련 내용 및 방향을 중점적으로 파악하고 관련 시사점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대 중국 통상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어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이 국가 주도, 비시장 경제, 무역 체제에서 비롯됐다는 근원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다각적·총체적·장기적 시각에서 다양한 방식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대중 통상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미국은 동맹국 및 생각이 같은 주요국과 지역 간, 다자 간 새로운 연합을 통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럽연합(EU)과는 무역기술위원회(TTC),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국과는 IPEF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또 중국 견제·제재를 위한 국내 대응 강화를 목적으로 초당적 패키지 법안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 법안으로 상원 버전의 '미국 혁신경쟁법(USICA)'과 하원 버전의 '미국경쟁법'을 들 수 있다. 이는 과학 기술 분야 투자 확대를 통한 미국의 대중 경쟁력 제고, 글로벌 기술 리더십 유지, 공급망 회복, 국가 경제 안보 강화, 다양한 형태의 대중 제재 방안 등을 결합한 패키지 법안이다.
아울러 미국은 공동의 이해와 보편적 가치 수호를 명분으로 강제 노동 금지, 디지털 무역에 관한 통상규범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강제노동은 바이든 행정부 하 노동자 중심 통상정책의 핵심이다. 당장 이와 관련한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도 내달 21일 발효가 예정돼있다.
이에 KIEP는 2022년 USTR 보고서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역시 대비책 마련에 돌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국가·경제 안보 관련 통상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통상 갈등 확산에 따라 국가·경제 안보가 제재의 근거로 활용되는 경향을 감안해 국가·경제 안보에 대한 인식 제고와 관련 제도 보완·정비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IPEF 협상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도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PEF 주요 의제인 노동·환경, 디지털경제, 공급망, 탈탄소화의 전략적 중요성과 우리나라의 참여 가능성을 고려해 우리 입장을 세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역시 IPEF 추진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국익과 안보를 핵심 원칙으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미국의 대중 통상 관련 법안을 모니터링하고 강제노동 무역 관련 규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KIEP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통상 관련 법안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기업의 제재 대상 가능성을 파악해야 한다"며 "또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 시행과 디지털 무역 장벽 관련 통상 마찰 가능성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일 KIEP는 '세계경제 포커스-2022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보고서로 본 미국의 대중 통상정책 방향'을 통해 미국의 대 중국 통상정책 관련 내용 및 방향을 중점적으로 파악하고 관련 시사점을 제시했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