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약국에 진열된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우리나라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개발이 진행되는 가운데 가격이 관건으로 거론된다. 엔데믹 전환시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등 이미 승인을 받은 치료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는 증상 발현 초기 복용해 체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팍스로비드의 경우 증상이 나타난 지 5일 이내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낮은 처방율과 비싼 가격이다. 현재 팍스로비드는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40대 이상 기저질환자 등에게 처방되고 있다. 12세·40㎏ 이상이면 투약할 수 있도록 승인됐지만 정부가 수급 상황을 고려해 대상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팍스로비드 사용이 힘든 코로나19 환자가 복용하도록 라게브리오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한 바 있다.
가격 측면에선 팍스로비드 5일치가 약 60만원 수준이다. 라게브리오는 개발 초기 팍스로비드보다 비싼 700달러(약 83만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
경구용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들은 최소한 팍스로비드보다 낮은 가격으로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이 같은 전략은 감염병이 풍토병 단계로 접어드는 엔데믹을 고려해 내려졌다.
엔데믹 상황에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확진 판정을 받고 원하는 치료제를 손쉽게 복용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국내 개발사들은 기존 치료제와 유사한 효과를 입증할 경우 낮은 가격을 통한 입지 강화를 노리고 있다.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개발 중인 업체의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 상황이 도래하면 치료옵션 다양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라며 "이미 후발주자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만큼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보다 가격은 낮으면서 우수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개발 단계에서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복용량 개선이 있다. 현재 처방되고 있는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모두 1일 2회씩 총 5일간 복용하는 용법·용량으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국내 개발사들 가운데 일부는 용법·용량을 달리하는 임상을 진행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생산 과정에서 여러 조건을 모두 고려하고 최종 약가 책정까지 이뤄져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1인당 복용해야 하는 양이 적어지면 가격이 떨어진다"라며 "약가가 낮게 책정되면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가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처방돼 생기는 재정 부담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