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오는 2024년 플라스틱 국제 협약 제정을 앞두고 우리나라가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을 줄이는 등 세계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9일 발간한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규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향후 제정될 플라스틱 국제 협약에 우리나라가 적극 참여하고 국제 사회의 탈플라스틱 기조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8일에서 3월 2일까지 개최된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에 참여한 175개국 대표는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전 수명주기를 다루는 구속력 있는 최초의 국제 협약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UNEA는 유엔 내에서 환경 부문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한국을 포함해 전체 유엔 회원국이 참여한다.
회원국들은 2021년 9월 르완다·페루가 제출한 플라스틱 전 수명주기에 걸친 국제 협약 초안과 지난해 12월 일본이 제출한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에 관한 초안을 토대로 플라스틱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국제 협약을 제정하기로 했다.
제정될 플라스틱 국제 협약에는 플라스틱 전 주기에 걸친 통합적 접근과 국가별 보고, 다자기금을 포함한 재원 조달 방식을 포함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역량 배양, 기술, 재정 지원 등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플라스틱 규제에 관한 국제적 협약이 없지는 않다. 지난 1994년 발효된 해양법 관련 유엔협약(UNCLOS)은 해양 활동에 관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설정했다.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는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직접 투기하거나 폐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밖에 생물다양성협약(CBD), 유엔공해어업협정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거버넌스는 플라스틱을 비롯한 다양한 폐기물 처리에 대한 직간접적 규제를 포함할 뿐, 구속력 있는 내용을 다루지는 않는다.
인류가 플라스틱 관련 규제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3400만톤에서 2019년 4억6000만톤으로 20여년 만에 2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플라스틱 폐기물도 1억5600만톤에서 3억5300만톤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재활용되지 않은 91%의 폐플라스틱은 매립되거나(50%), 무단투기 되거나(22%), 소각(19%)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로 2020년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이 전년 대비 2.2% 감소했지만,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에 접어들며 경기 회복과 함께 플라스틱 사용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등이 인류의 과제로 등장하면서 탈플라스틱 중요성도 최근 부각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130여개 무역조치 가운데 3분의 2가 최근 4년 사이에 시행됐다. WTO도 2020년 11월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무역의 역할을 모색하는 플라스틱 오염 방지 비공식대화(IDP)를 출범시켰다.
2021년 1월부터는 바젤협약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수출입 통제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불법적인 폐플라스틱 수출이 제한됐다.
개별 국가 단위로도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럽연합(EU)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순환경제를 구축한다는 비전 하에 플라스틱세를 부과하거나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을 높이는 등 플라스틱 전 주기에 걸친 자원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미국은 플라스틱을 포함한 폐기물 처리에 있어 수출이나 매립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관련 인프라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나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도입하는 주도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소비국인 중국은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분리수거 도입, 일회용품 생산과 사용 제한 등의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2월 발표된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 2021년 12월 발표된 한국형 순환경제 이행계획 등에 따라 다양한 탈플라스틱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이성희 KIEP 국제개발협력센터 글로벌전략팀 전문연구원은 "플라스틱 국제 협약은 초국가적 대응을 통해 플라스틱의 지속가능한 생산·소비·처분 방식의 근본적 전환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도 협약 제정 과정에 민관 공동 대응으로 국가 차원의 행동 계획, 데이터 보고, 기술과 재정 지원 등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정립해 국제 협약 제정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 국제개발협력센터 글로벌전략팀 전문연구원은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규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향후 제정될 플라스틱 국제 협약에 우리나라가 적극 참여하고 국제사회의 탈플라스틱 기조에 다각도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바다 위에 플라스틱 쓰레기 등이 버려진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