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경동그룹 소속 회사인 경동원이 계열회사 경동나비엔에 10여년 간 부당지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기름보일러와 함께 판매하는 외장형 순환펌프를 저가 거래로 경동나비엔에 몰아주면서 보일러 시장의 경쟁상 지위를 유지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지원행위를 한 경동원과 경동나비엔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36억8000만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세부 과징금 내역을 보면, 지원주체인 경동원은 24억3500만원, 지원객체인 경동나비엔은 12억4500만원이다.
조사 내용을 보면, 경동원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경동나비엔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매출원가보다 싸게 판매했다. 판매 규모는 정상 가격 대비 30% 정도 할인된 가격의 저가 거래였다.
변동비보다 낮은 수준으로 외장형 순환펌프를 넘겼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판매가격에서 변동비를 제외한 공헌이익이 0보다 낮은 수준이면 기업은 통상 생산 중단을 검토한다.
경동원 입장에서는 생산을 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경동원은 51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으면서도 경동나비엔에 51억원의 이익을 제공했다.
따라서 공정위는 부당한 저가 거래로 경동나비엔이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과 기름보일러 시장에서 경쟁상 지위를 유지·강화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경쟁사업자의 사업기회와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봉쇄하는 악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경동나비엔의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점유율은 2009년 8.8%에서 2018년 11.9%로 올랐다. 기름보일러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47.8%에서 57.4%로 9.6%포인트 상승했다.
경동원과 경동나비엔의 저가거래는 10년 넘게 지속됐다. 하지만 2019년 3월 내부적으로 거래가격 체계를 바꾸면서 외장형 순환펌프에도 매출원가에 산업평균 매출이익률을 가산하는 방식을 적용하게 됐고 지원행위가 중단됐다.
경동나비엔은 지원행위 기간에는 외장형 순환펌프 부분에서 이득을 봤지만 지원행위가 종료된 2019년과 2020년 큰 손실을 입었다. 2018년 기준 경동나비엔의 외장형 순환펌프 매출이익은 6억100만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3억600만원 손해를 봤다.
외장형 순환펌프는 기름보일러 가동을 위한 필수 부품이다. 기름보일러에서 가열된 온수를 순환시켜 열을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외장형 순환펌프는 보일러 온수 순환용에 국한되지 않고 농업용이나 산업용 등으로 쓰여 기름보일러와 별개로 시장이 형성돼있다. 경동나비엔, 윌로펌프, 귀뚜라미, 한일전기 등이 외장형 순환펌프 사업을 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도시가스가 보편적으로 공급되면서 수요 대부분이 가스보일러로 대체됐다. 기름보일러 시장규모가 축소되면서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은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다. 타사 제품으로 대체도 쉬워 가격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경쟁요소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번 조치는 외장형 순환펌프 및 기름보일러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이뤄진 계열회사 간 부당내부거래를 제재한 것"이라며 "국민생활과 밀접한 보일러 및 펌프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한 행위를 제재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저가 거래를 경영 전략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사업상 필요로 그렇게 했다고 해서 부당지원행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그룹 차원에서 계역사로부터 부품을 납품받더라도 부당지원행위가 성립되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지원행위를 한 경동원과 경동나비엔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36억8000만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보일러 복구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