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생명과학, 신약 효능입증 실패…잇따른 악재에 돌파구 안보여

신약 'EC-18', 호중구감소증 임상 중단·구강점막염, 효능 입증 실패
1년만에 주가 5분의 1토막…MSCI·코스닥150 퇴출로 수급도 불안
다른 신약도 없다…후보물질 EC-18 통해 13개 적응증 임상 진행 중

입력 : 2022-05-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엔지켐생명과학(183490)에 또다시 악재가 터졌다. 신약 후보물질 ‘EC-18’의 호중구감소증 임상 중단에 이어 구강점막염 치료제마저 그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EC-18외에 마땅한 신약이 없는 엔지켐생명과학의 사업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및 코스닥150에서 퇴출이 결정되면서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 반등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은 구강점막염 치료제의 혁신신약지정(BTD)을 위해 FDA에 임상결과를 보고했으나, BTD 획득에 최종 실패했다. FDA는 결과 통지를 통해 “임상 환자군의 규모가 작아 치료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3월에도 FDA로부터 구강점막염 치료제의 BTD 신청이 반려된 바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환자군을 확대한 재임상 실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엔지켐생명과학의 신뢰도 하락은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상에 도전한 구강점막염 치료제가 임상 중단을 선언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EC-18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EC-18 외엔 엔지켐생명과학이 보유한 마땅한 신약이 없다는 점이다. EC-18은 엔지켐생명과학이 가진 유일한 신약 후보물질로, 녹용에서 발견한 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물질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신약 EC-18를 통해 구강점막염과 호중구감소증을 비롯해 코로나19, 급성방사선증후군, 방사선 유발 직장염, 아토피 피부염, 류마티스관절염, 당뇨 등 13가지 적응증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호중구감소증은 국내 임상 2상 승인까지 받았지만, 지난달 1일 임상2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호중구감소증과 구강점막염 치료제가 자사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평가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회사는 구강점막염 신약 개발 성공 시 시장 규모가 최대 50억(약 6조3400억원) 달러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으며, 호중구감소증 시장은 2027년 186억달러(약 23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강점막염은 구강 점막에 생기는 통증을 동반하는 염증으로, 아직 승인된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호중구감소증은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호중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질환이다. 
 
EC-18의 임상 결과에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도 크게 들썩였다. 구강점막염 BTD 획득 실패가 전해진 날 주가가 5.59% 하락했으며, 호중구감소증 임상 중단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은 7.69% 빠졌다. 장중에는 15%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인도 코로나19 백신 자이코브디(ZyCoV-D)의 위탁생산(CMO)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지만, 유상증자에 참패했다. 지난 주주총회에선 경영진의 퇴임 시 거액의 퇴직금을 제공하는 ‘황금 낙하산’ 조항을 추가하면서 주가가 또다시 급락했다. 작년 5월 10만원선에 거래됐던 주가는 이날 2만1150원까지 하락하며 주가가 5분의 1토막이 났다.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MSCI 스몰캡 지수에서 퇴출당한 데 이어 코스닥150 지수에서도 퇴출당하면서 수급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수에서 편출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이탈되기 때문에 수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엔지켐생명과학에 대해 “최근 황금낙하산 도입과 임상 중단으로 주주들의 신뢰가 바닥난 상황”이라며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MSCI, 코스닥150 지수 편출은 수급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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