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처리 몸살' 선거공보물…홍보방식 바꿔야

입력 : 2022-06-08 오전 6:00:00
"우편으로 온 선거홍보물이요? 뜯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 중인 한 20대 유권자의 말이다. 지난 1일 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지만 '선거 쓰레기' 처리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유세 기간 제작된 후보자들의 홍보용 현수막·공보물 등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막대하게 생산된 양에 비해 실질적 홍보 효과도 작다는 이유에서다.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폐기되는 이른바 선거 쓰레기 논란은 선거철마다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이번 선거에서 쓰인 홍보물은 벽보 79만부, 공보물 5억7000만부, 현수막 12만8000여매 등으로 조사됐다.    
 
이 공보물들을 한 줄로 이으면 15만6460㎞로 지구를 3바퀴 돌 수 있을 거리다. 10m 길이의 현수막만 해도 서울에서 도쿄까지의 거리(1281㎞)로 추산됐다. 투표용지와 벽보, 공보물 인쇄로 쓰인 종이양은 1만2853톤에 육박한다. 종이 1톤 생산을 위해 30년된 나무 17그루가 필요한데 이번 지선으로 30년산 나무 21만여 그루가 사라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대부분의 선거공보물이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현수막은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 등 합성섬유로 제작돼 소각 또는 매립하는 형식으로 폐기되고 있다. 이때 온실가스가 배출되면서 기후위기를 가중하고 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벽보와 선거공보물, 현수막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2만772톤이다. 4억여개의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용으로 생긴 탄소 배출량과 같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발생할 온실가스 역시 2018년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했다.
 
상황이 이러니 환경부와 서울시 등 정부가 나서 선거 폐기물들을 장바구니, 지갑과 가방 등 디자인 제품으로 만드는 사업을 내놨지만 재활용률도 미비한 데다가 홍보물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도 아니다.
 
게다가 당초 후보자의 정보제공을 위해 제작된 선거공보물인데 현재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이를 애물단지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발전된 디지털 기술로 인터넷 등으로 후보의 정보를 세심히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을 관련법 등은 반영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혈세를 들인 선거공보 우편물이 개봉도 안 된 채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현실은 이미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디지털 약자' 등을 고려해 모든 후보자 정보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공보물을 유권자가 직접 받을지 말지 선택할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지금 국회에선 전자선거공보를 받길 원할 경우 책자형 선거공보를 발송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돼 계류중에 있다. 또 선거 홍보물을 재생종이로 사용하자는 개정안도 있다. 국회가 빠른 논의를 끝내 2년 뒤 다가올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를 위한 실질적인 선거공보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승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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