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증시 활황을 기대한 기업의 잇따른 기업공개(IPO)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퇴출 기업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달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확인된 상장폐지 건수는 총 81건이지만 코스닥 시장내 상폐는 61건으로 절반을 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퇴출 기업들의 상폐 원인 1순위는 전·현직 최대주주와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 등이다.
지난해 2월 이후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통해 코스닥시장을 떠난 기업은 총 39개 회사로 이 중 횡령·배임 혐의 등 최대주주와 대표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상폐 판결을 받은 곳이 17개사에 달한다.
이처럼 잦은 횡령·배임 발생은 최근 코스피·코스닥의 엇갈린 행보에도 중대 변수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는 지난 10일 1800선을 돌파한 이후 지난 20일까지 1.66% 상승한 반면,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0.13%까지 떨어져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지수의 상대적 부진 요인이 투자자 신뢰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상장 종목들이 유달리 상폐되는 이유가 실적부진이 아닌 '도덕적 해이'에 집중되면서 투자자 신뢰도도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상재
현대증권(003450) 연구원은 "외국인 주도의 코스피와 달리 개인 투자자의 매매동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코스닥의 경우 횡령 등 도덕 불감증 문제가 요인이 돼 코스닥의 '언더퍼폼(시장수익률 하회)'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코스닥 내 대거 퇴출과 신규상장의 아이러니한 순환 양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라는 것이 시장 분석 기관의 대체적인 평가다. 일단 시장에서는 이같은 악순환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횡령·배임으로 인한 퇴출이 증가한 것은 지난 2007년 거래소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도입하고 회계감사를 강화한 데 따른 것"이라며 "규정이 엄격해진 만큼 퇴출 기업 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부실 기업들이 줄줄이 퇴출하고 신규 상장사가 자리를 채우면 차츰 시장 건전성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도 "과세 규정이 완화되면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들이 많이 상장하는데, 스팩 통해서 좋은 기업들이 들어오면 최근 네오세미테크 사례 등에서 불거진 우회상장법인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고 시장 이미지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기업 퇴출이 많아질 수록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업들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한편, 부실기업이 속출하는 와중에도 지수 1800선을 뛰어넘은 코스피 강세와 투자심리 호전으로 하반기 IPO시장은 예년보다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알려졌다. 시그네틱스, 삼본정밀전자, 대구방송 등 코스닥 상장 예심을 통과한 기업들 20여곳이 현재 상장 대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