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안전 사고 발생시 기업의 대표이사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시행됐다. 전례가 없던 법을 두고 사회 각계 각층이 막막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건지, 또 경영 책임자 처벌로 인한 경영공백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이 깊다. 중대재해의 잠재적 피해자인 근로자나 유족, 시민들 역시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상대로 법률상 마련된 권리를 주장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요 로펌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의 방패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저마다 상당한 규모의 ‘드림팀’을 꾸려 독자적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로펌들은 중대재해법 혼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뉴스토마토>가 주요 로펌의 중대해처벌법 대응팀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수사기관은 ‘초동수사’를 강조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관련자들의 기억도 흐릿해져 진술이 불분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동수사에서 확보한 자료가 전체 수사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이는 중대재해 사고라고 다르지 않다.

 

중대재해 사고 수사에 대응하는 로펌 역시 초동대응을 강조한다.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근로자들은 사고 발생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수사기관에게 잘못된 심증을 형성할 수 있는 진술이나 자료를 전달할 수 있는데, 이를 바로잡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법무법인 세종의 중대재해대응센터는 사고 발생시 초동대응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세종 중대재해대응센터가 24시간 운영하는 긴급대응팀을 꾸린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세종은 중대재해대응센터 내에 ‘중대재해긴급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즉시 사고현장에 출동해 고용노동부와 경찰 수사에 대응한다. 노동부와 경찰, 검찰 출신의 변호사들이 팀에 포함됐다.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지휘해본 경찰·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사고의 흐름을 파악해 전체적인 대응전략을 만든다.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경찰과 노동부에서 실무자로 일하며 현장경험을 한 이들은 사고 현장에 출동해 사고 초기부터 기업의 수사기관에 대한 기어의 대응을 돕는다. 다양한 법적 쟁점에 관해 형사 전문가는 물론 건설과 환경, 제조물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도 협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세종은 경찰 초기수사에 맞서는 초기대응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 출신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 업무를 시작한 이재훈 변호사는 30여년간 경찰에 몸을 담았다. 강남경찰서장, 경찰청 사이버안전과장,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기획과장 등을 역임했고 재직 중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경무관으로 퇴직한 이 변호사는 지난해 세종으로 둥지를 옮겼다. 현재 경찰수사대응팀장을 맡고 있다.

 

올해부터 세종에서 업무를 시작한 정윤도 변호사도 경정으로 퇴직한 경찰 출신 법조인이다. 정 변호사는 서울관악경찰서, 충북청주흥덕경찰서 등에서 경제범죄, 강력범죄, 사이버범죄 등 여러 분야의 사건을 수사했고 국수본 LH(한국토지주택공사) 특별수사단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도 근무했다. 정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중대재해처벌법 대응TF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태승 변호사 역시 경찰 출신이다. 김 변호사는 경찰 재직시 경제범죄수사관으로 근무했고, 세종의 건설부동산분쟁그룹에 장기간 재직하며 다수의 건설사건을 수행했다. 건설현장에서의 산업재해 사고와 관련한 민·형사 사건을 두루 경험했다. 중대재해대응센터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의 중대재해 사건을 담당한다.

 

최근에는 검찰 수사 대응 역량도 강화에 나섰다. 검찰에서 중대재해 사건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진현일 전 부장검사가 세종 중대재해대응센터에 합류할 예정이다. 진 전 부장검사는 19년간 형사와 공안(산업재해 분야) 경험을 쌓았고, 대검찰청 공안3과에서 산업재해 분야를 담당하는 검찰연구관을 지냈다. 

 

대검 노동수사지원과장도 역임한 진 전 부장검사는 중대재해처벌법안 대응TF 팀장을 맡아 중대재해 사건 처리 기준을 담은 벌칙해설서와 양형기준을 만들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중대산업재해 전담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0부의 부장검사로 있다가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중대재해대응센터장은 노동법 전문가인 김동욱 변호사다. ‘고용노동정책의 브레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 변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소송업무를 총괄했고 노동부에서 노사관계 법제 업무를 담당했다. 노동부 재직시절에는 산업안전보건법 해석에 참여했고 산안법에 관련된 다수의 논문도 발표했다. 현재 센터를 지휘하면서 노사관계의 종합적 컨설팅과 기업 현황 진단,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 업무 등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 노동부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고루 갖춘 세종의 중대재해대응센터는 약 60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센터는 정유회사 저유소 폭발 사망사건과 지하철 공사현장 매몰 사망사건 등 중대산업재해뿐 아니라 여객선 침몰사건, 쇼핑몰·물류창고화재사건 등 중대시민재해 사건도 다수 담당하며 분쟁을 해결하며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