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1일, 보수정당의 대표격인 ‘국민의힘’에서는 '0선'의 30대 미혼 청년을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했다.
선거기간 내내 ‘혁신’, ‘돌풍'이라는 표현이 쫓아다닐 정도로 과감하고 새로웠던 젊은 당대표 이준석은 36세의 나이로 한국 정치사상 첫 30대 제1야당 대표라는 기록을 세웠다. 당원조사에서는 37%의 지지를 얻어 2위를 기록한 나경원 후보에 비해 3% 뒤진 득표를 했으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과반이 넘는 58%를 득표했고, 전체적으로는 43.8%의 표를 얻어 당당하게 당대표가 되었다. 당원투표 70%를 반영하고 여론조사를 30% 포함시킨 결과였다.
만약, ‘자유한국당, 혹은 국민의 힘’이 아닌, ‘민주당’이나, ‘진보당’ 혹은 ‘정의당’에서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더라면 그렇게 큰 충격과 의미를 갖지는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초 30대 야당대표가 제1 보수 야당에서, 그것도 바로 직전 연거푸 10년을 집권했던 당에서 나왔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아도 상당히 센세이셔널한 개혁이었고, 그만큼 ‘개혁’과 ‘변화’를 향한 ‘국민의 힘’의 의지가 절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대통령 출마 자격도 없는 0선 청년이, 열가지가 넘는 고명을 넣은 비빔밥을 먹는 느낌으로 당 내외 세력들과 공존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을 도입하고, '토론배틀'과 '연설대전' 등을 통한 대변인단 공개경쟁 선발 등을 실시해 실력 위주의 정당을 만들겠다는 주장도 했었다. 그 말은 사람들을 상당히 놀라게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놀람 자체가 좀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어쨌든,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통해 변혁과 개혁을 성공시켰고 이 대표 역시 같이 성공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대권을 잡았고, 지방선거에서도 크게 이겼다. 국민의힘은, 2021년 5월 중순 ‘여론조사’부터 새로운 변화를 맞을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이때부터 당시 이준석 후보는 곧바로 1위를 탈환하고 나경원·주호영·홍문표·조경태 등 쟁쟁한 정치인들을 제쳤다. 그 당시 중요했던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그 나물의 그 밥’이던 정치판을 화끈하게 뒤집어야 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하기 시작했으며 '준석이를 밀어줘야 국민들이 국민의힘의 변화 의지를 믿고, 변화하려는 국민의힘을 믿게 된다'는 여론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형성된 여론이 오늘의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때, 청년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어준 것은 당심이 아닌 민심이었다.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예비경선이든 본경선이든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게 졌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서 압승했는데,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과 같이 역사가 오래된 정당의 당내 경선이 조직 싸움이고, 국회의원이나 당협 위원장의 지지를 많이 확보해야 이긴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이 과감하게 기존 룰을 변경하고, 기득권을 내 던져버리면서 국민 여론이 일정 부분 반영되도록 했다는 점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지금의 국민의 힘은, 더 이상 파격적이고 시끄럽고 맘에 들지 않는 당 대표를 참아낼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대선과 지선을 위해 인내했던 치욕에서 벗어나 향후 공천권을 움켜쥐고 당내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판이야 말로 적자생존의 산 표본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필 이 대표는 그들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빌미를 제공하였고, 22일 당 윤리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징계를 받고, 망신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제 민주당으로 시각을 돌려보자. 지금의 민주당은 5년 전 국민의 힘(전 자유한국당)과 상황이 비슷해 보인다. 연거푸 선거에 졌고, 지지자들은 등을 돌렸으며, 내부분열이 극에 달해있을 뿐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가 30% 밑을 헤매고 있다. 현재의 민주당 상황이 왜 그런지 계속 얘기해봐야 특별히 의미는 없다. 결국 특정 인물 위주의 책임전가 아니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민주당 내의 구조적인 병폐 얘기만 잔뜩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고 새로운 정당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고,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해주어야 희망이 생긴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일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2개월여 남은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정말로 잘 뽑아야 한다. 지금 민주당의 현안은 ‘이재명 vs 반 이재명’ 구도를 인정할 것인가, 0.5선인 이재명이 과연 당대표로 나서도 되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이 호의적이었던 것에 비해, 이재명 의원에 대해서는 당심이 더 호의적인 상황이다. 우상호 비대위원장 등은 ‘집단지도체제’ 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의원이 과연 이준석처럼 당대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민주당이 개혁과 변혁이라는 큰 산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