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또 하나의 눈길을 끄는 소식이 있다. 'KF-21 보라매‘로 명명된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된 전투기가 7월에 첫 비행에 나선다.

 

전투기의 핵심인 엔진과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 전자전 장비 등 기술이 탑재됐다. 물론 항공산업 선진국들이 기술을 “옛다”하고 순순히 가르쳐 줄 리는 없다. 국가와 민간이 협력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독자 개발했다. 

 

KF-21 보라매는 2000번이 넘는 시험비행 등 거쳐야 할 난관은 많다. 하지만, 계획대로 순항한다면 2026년에는 미국산 F-15, F-35가 아닌 한국산 전투기가 우리 하늘을 지킨다. 2028년까지 40대, 2032년까지 모두 120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KF-21 보라매가 하늘을 본격적으로 날기까지는 21년이 걸렸다.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독자 우주발사체와 발사장, 통신위성체, 차세대 국산전투기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외환위기의 아픔을 서서히 걷어내긴 했으나 여전히 국가적으로는 어려운 시기였다. 하지만 ‘하늘과 우주’라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이어 등장한 노무현 정부에서는 ‘함께 가는 희망한국 비전2030’이라는 국가 목표를 내놨다. 2006년이다. 2006년에 2030년이라는 24년 뒤의 한국이 서 있을 위치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국가는 희망이 없는 국가’가 모토다. 국가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뜯어고친다는 혁명적 구호를 들고 나왔다.

 

한국은 그동안 ‘못먹고 못사니 일단 성장부터 하고 나중에 복지를 챙기자’는 ‘선성장 후복지’가 국민구호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는 ‘동반성장’을 대전제로 삼고, 제도혁신과 선제적 투자, 인적자원 고도화, 능동적 세계화 등에 주력해 대한민국을 개조,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국가개조론’을 화두로 던졌다.

 

당시 보고서에는 현재 대한민국이 고통을 겪는 인구감소와 노인복지, 사회적 갈등 등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이후 보수정부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비전 2030은 큰 틀에서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가 운영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십년을 내다본 ‘국가비전’은 그 자체로 산업발전도 가져온다. 우주와 항공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관련 기업과 산업의 성장을 가져 왔다. 어떻게 보면 한국이 약육강식의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미래를 과거에 준비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 시점의 대한민국에서는 이처럼 미래를 준비하는 ‘비전’이 있는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집권 5년의 한국’이 아니라 ‘50년 후의 대한민국’을 제시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해도 엔간하면 국민은 용서한다. 그렇지만 용서한다고 그게 용서하는 게 아니다. 지도자적 역량을 기대하는 댓가다. 진정성있는 ‘국가비전’을 윤석열 대통령은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지도자는 희망이 없다.

 

오승주 산업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