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헌법재판소가 법 조항에 관한 법원 해석을 문제 삼는 ‘한정위헌 결정’이 나왔는데도, 재심을 받아들이지 않은 법원의 재판은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30일 A씨와 B씨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법원 재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아울러 A씨 등이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을 대상으로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일부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이고 헌재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법률에 대한 헌재의 위헌심사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법원의 재판’의 범위에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을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위헌결정을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 등의 재심을 기각한 법원 결정은 헌재가 앞서 내린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한 것”이라며 “재심기각결정은 모두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이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 등은 제주도 통합영향평가위원회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면서,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보고 옛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확정받았고 B씨도 징역 5년에 추징금3300만원이 확정됐다.
이들은 옛 특가법상 뇌물 조항 중 지방자치단체 산하 심사위원을 공무원으로 보는 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에 관해 헌재는 A씨 주장을 인정해 한정위헌 결정했다.
A씨 등은 이를 바탕으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광주고법은 이를 기각했다. A씨 등은 대법원에 재항고 했지만 대법원 역시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순위헌이나 헌법불합치가 아닌 한정위헌은 효력이 없어 기속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헌재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기 전 확정된 유죄판결은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가 법원 재판을 취소한 건 지난 1997년 이길범 전 국회의원이 관련된 소득세법 사건 이후 두 번째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6월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