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005380) 노조가 파업 수순에 돌입하는 등 사측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게 될 경우 생산 차질로 인해 회사는 물론 부품사와 소비자들까지 피해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강성 성향의 현대차 노조가 과도한 기본급 인상 등 무리한 논리를 펼치고 있는데, 이러한 관행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4일 현대차 노사 간 교섭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졌다. 앞서 노조는 지난 1일 전체 조합원 4만6568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며, 3만3436명 가운데 71.80%가 찬성해 가결됐다.
노조는 오는 6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파업 세부 일정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찬성이 결정되면 2018년 이후 4년 만으로 반도체 공급난과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봉쇄와 부품난에 또 다른 악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5월 10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2년도 임금협상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협상은 현대차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월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기본급과 관련해서는 실제 지난해 현대차 상당수 생산직 연봉이 다시 1억원을 넘어섰음에도 연봉 인상 요구가 거세지는 모습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월 16만52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기본급 인상액(월 7만5000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성과급과 관련해서는 순이익의 30%를 요구했는데, 작년 순이익의 30%를 전체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2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신규인원 충원 △정년 연장 △고용 안정 △임금피크제 폐지 △미래차 산업 관련 국내 공장 신설·투자 등도 별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반면 사측은 교섭 재개 요청을 하면서 고용안정 등 타협점을 찾자고 제안했다. 이날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는 노동조합을 방문해 "조속한 교섭재개로 대내외 우려를 불식시키고, 원만히 마무리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 이사는 "지난 수년간 코로나19, 반도체 수급난,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전 직원 노력으로 실적 개선과 품질, 상품성 등에 있어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가 '또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 생존과 직원 고용안정 방안을 함께 찾자는 제언을 하는 것이다"며 "회사와 직원이 함께 발전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교섭의 핵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6 생산 라인. (사진=기아)
전문가들은 강성 성향의 현대차 노조가 자동차 시장 생태계 변화에 따라오지 못하고 무리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조에 대한 관행은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며 "회사가 없어지면 노조도 없어진다라는 것을 인식 시켜야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피해는 회사는 물론 부품사와 소비자들 피해가 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완성차 업체의 공장이 쉬면 부품사들도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이 여파에 소비자들은 가뜩이나 길어진 신차 대기 시간이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의 인기 차종은 대기기간이 1년 이상 걸린다. 생산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면 소비자들이 차량을 받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정부도 냉정하게 쳐다만 보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아마 그 후유증은 국민들이 모두 다 받을 것"이라며 "특히 자동차 산업은 부품사가 흑자 부도가 생기는 이런 심각한 경우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가 있다"고 말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